근래 우리나라 산업계의 화두는 스마트폰을 앞세웠던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현대·기아차의 성장 정체, 모 경제연구소에서 제기한 LG 위기론 등으로 압축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대기업의 위기에 대한 고찰은 우리 산업의 근원적 문제와 미래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
![[자동차칼럼]자동차 IT 융합의 현실과 과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4/07/15/article_15170524057044.jpg)
위기의 주 원인은 산업 근대화에 나선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성장 방식인 ‘대규모 장치산업 기반의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생산방식의 특성은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고, 적절한 시기에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한 예로 메모리와 CIS 같은 유사 메모리 제품을 들 수 있다. 완성품으로는 스마트폰도 같은 특징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도 대량 생산을 통해 품질 및 가격적 우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그리고 더 큰 자본투입이 가능한 중국의 부상은 우리 산업 전체에 ‘예정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소품종 대량 생산과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이 공존할 수 있는 ICT 융합 기반의 스마트 산업이다. ICT 융합은 멀티코어 기반의 스마트 기술, HMI(사람-기계 인터페이스) 및 NMI(자연신호-기계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스마트 센서 모듈 기술 등이 폭넓게 필요하다. 이 같은 융합은 이미 스마트폰 혁명으로부터 시작해 스마트 자동차로 전이되고 있다. 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기획, 부품 및 소프트웨어 기술, 그리고 고급 인력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수년 내에 우리나라 대표 산업 중 단순 조립 기반의 장치 산업은 중국에 넘어갈 것이 명확하다. 우리는 생존을 걸고 브랜드와 기술적 우위가 있는 스마트 부품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새로운 기술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 기술, 연구개발 비용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 정책과 의지 부족과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직면한 문제를 외면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방 안의 코끼리를 외면할 수는 없다. 준비하지 않은 미래는 재앙이 돼 돌아올 것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위기를 솔직하게 알리고, 고백해야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이미 시작된 기존 산업의 위기를 외면하고, 새로운 산업을 추진할 전략과 인력, 기술이 없는 것을 숨기고,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고통과 노력을 감내할 의지 없이 눈에 보이는 근시안적인 성과에만 몰두하는 것은 진정한 위기다.
스마트 자동차는 장치 산업의 특성에 고부가가치 소품종 부품 산업 중심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추가하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시간이 충분하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인력에 대한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선 단기적 목표를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 전략 아래 연구개발 인력의 고급화와 원천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국가, 기업, 연구소,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연구개발 전략을 짜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같은 시급한 양산 기술과 기능안전, 신뢰성 등 중장기적 문제에 대한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원천 자원인 산업인력과 요소기술 개발은 기업과 연구소가 하나의 기구를 만들어 대학교를 공동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가 돈이 없다면,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산학연에 개입하고 과감하게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튼튼한 자국 시장과 충성도 높은 자국 연구 인력 확보에 실패한 기업은 결국 생존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위재경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wjk@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