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묘한 LPG 공급가격 책정 방법

정유사의 액화석유가스(LPG) 공급가격 책정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유사는 LPG를 생산하고 수입사는 중동에서 들여오는 것인데 공급가격이 같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16일 LPG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는 LPG수입사가 매월 책정하는 공급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LPG 가격을 맞춰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입사가 리터당 1000원으로 공지하면 정유사도 이와 비슷하게 1~2원 차이에서 월 공급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국내 연간 LPG수요량에서 수입량이 약 65%를 차지하고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에서 생산·공급하는 양이 35%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35%의 LPG가 생산원가와 관계없이 수입가격에 맞춰 공급된다는 것이다.

LPG는 휘발유·경유와 다르게 국제 제품 가격이라는 기준이 없다. 대부분 계약 거래로 이뤄지고 현물 스폿시장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시세라고 할 만한 가격 기준이 없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격 기준은 사우디아람코에서 공지하는 계약가격(CP)이다. 국내 수입사는 이 CP를 기준으로 환율과 해상운임, 세금을 더해 공급가격을 책정한다.

하지만 CP는 중동 광구에서 생산되는 LPG 가격이다. 정유사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LPG와 다른 제품이고 생산 원가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유사는 수입사 공급가격에 맞춰 가격을 정하고 있다.

LPG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의 LPG 생산원가는 수입가격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LPG를 도매시장에 공급하는 석유화학사 삼성토탈의 공급가격은 수입사보다 ㎏당 50~70원 저렴하다.

LPG업계는 이 같은 정유사의 공급가격 책정 방식을 LPG 수요 감소 요인으로 보고 있다. LPG가격이 높아 경쟁연료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지속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생산원가와 상관없이 LPG수입사 공급가격에 맞추다보니 정유사와 수입사 간 가격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수년째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LPG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가격안정이 필요한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