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상한 검
8
무서운 위력으로 날아오는 채찍을 아틸라는 아슬하게 자신의 손아귀에 움켜잡았다. 그의 손아귀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넌 황금검을 감추고 있다.”
블레다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그 황금검은 세상을 정복할 제왕에게 스스로 찾아옵니다. 그러니 일부러 찾지 마십시요.”
블레다의 수치심은 점점 바보가 되어갔다.
“그 황금검의 주인은 나다. 넌 그 황금검을 훔쳐갔다. 그리고 넌 우리의 적 로마와 내통하고 있다. 우리 중 누가 로마인과 내통하겠는가? 로마 황실에 머물렀던 자가 아틸라 말고 또 누가 있는가? 로마의 아에티우스와 형제 관계에 있는 자가 누구인가? 콘스탄티우스도 그리스인이요 오에스테스도 로마귀족이었으며 에데코는 스기리족의 왕이었다. 누가 훈인가? 누가 진짜 훈인가?”
블래다의 말짓거리는 선동하고 있었다. 훈의 전사들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틸라는 굳게 뿌리 내린 우주수목(宇宙樹木)이었다.
“이들은 한 때의 적이었지만 난 이들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훈족은 훈족을 정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야 할 세상의 많은 적을 정복할 것이다다. 바로 그게 진짜 훈이다.”
블레다는 급작스레 부하의 허리춤에서 칼을 획 빼어들었다. 그러나 아틸라가 먼저였다.
“차라리 내 손에 죽으라.”
아틸라는 죽어가는 도기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도기는 벌써 이승을 놓친 저승의 눈빛으로 아틸라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뒷목이 멀건히 드러났다.
“고맙습니다. 왕자님. 부디 우리 부족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주세요. 아틸라의 전사로 죽겠습니다.”
아틸라는 그에게 존경의 눈빛을 찰나 보냈다. 그리고 짧은 검으로 도기의 뒷목을 쿡 찍어눌렀다. 피 한 방울 터지지 않았다. 아틸라는 칼을 뽑지 않았다.
“이 칼과 함께 도기는 전사들의 궁전에 도착할 것이다.”
순간 모여있던 훈의 전사들이 무기를 흔들며 아틸라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아틸라. 아틸라. 아틸라.”
블레다는 기겁을 했다. 아틸라를 연호하는 전사들이 차라리 로마보다 두려웠다. 그때 머언 하늘에 실타래와 같은 황금 빛줄기가 아련히 번져오기 시작했다. 아틸라는 보았다.
“운명의 검이 출발했다.”
미사흔과 에첼은 말을 달렸다. 말은 하늘을 날듯이 빨랐다. 미사흔의 옆구리에 차고 있는 황금검은 황금의 실타래를 뿜어내고 있었다.
“달려라. 달려라.”
에첼은 미사흔과 한 몸이 되어 달리고 있었다. 에첼은 미사흔을 으스러지듯 껴안고 있었다.
“어서 가야 합니다. 어서 달려야 합니다.”
에첼은 자꾸 눈이 감겼다.
“아틸라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미사흔은 더욱 닦달했다. 말은 그 갈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말은 말발굽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소리 한 점 없이 달렸다. 그렇게 날았다. 그도 어느덧 아틸라와 닮아 있었다. 반인반마였다.
그들 뒤로 뒤집어 쓴 능라 속에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고 선도의 아이들이 소리만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말발굽소리는 다른 데서 시작되고 있었다. 말발굽은 둥둥 거렸다. 미사흔의 황금검을 쫒아오는 또 하나의 당장의 탐욕이었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