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부드러운 아빠의 필수품" 기아 올 뉴 카니발

넉넉하고, 부드럽다. 안전과 편의까지 챙긴 패밀리카의 교과서

듬직한 외모가 존재감을 강조한다.
듬직한 외모가 존재감을 강조한다.

겉은 강해지고 속은 더 깊어졌다. 게다가 이런저런 재주도 많다. 건강한 몸에 따뜻한 마음까지 두루 갖춘 `가장`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동안의 카니발이 푸근한 ‘엄마’였다면, 이번엔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프렌디(Friendy; 친구를 뜻하는 Friend와 아빠를 뜻하는 Daddy의 합성어)`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기아자동차의 올 뉴 카니발은 `아빠`를 강조한 차답게 겉모양은 마초적인 향기를 풍긴다. 앞모양은 불쑥 튀어나온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입체감을 주며, 눈을 부릅뜬 헤드램프가 강인한 인상으로 존재감을 더한다. 매끈하게 마무리된 보닛은 액티브 후드 시스템이 적용돼 보행자 상해를 줄여준다. 앞범퍼도 날렵하게 생겼지만 보행자를 보호하는 구조다.

높이를 낮추고, 휠베이스를 늘린 카니발.
높이를 낮추고, 휠베이스를 늘린 카니발.
기아 올 뉴 카니발은 매끈하게 잘 빠진 몸매를 지녔다.
기아 올 뉴 카니발은 매끈하게 잘 빠진 몸매를 지녔다.

옆모양과 뒷모양도 꽤 안정적으로 보인다. 구형보다 40mm 낮아졌고, 앞뒤 바퀴 간 거리(휠베이스)가 늘면서 비례감이 한층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차 바깥의 길이는 오히려 조금 줄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내공간은 물론 주행감각까지도 영향을 주는 요소다.

앞좌석은 잘 정돈됐다. 1열 중간엔 보조시트를 없애고 수납공간을 늘렸다.
앞좌석은 잘 정돈됐다. 1열 중간엔 보조시트를 없애고 수납공간을 늘렸다.
2열 이후에도 선루프가 따로 달려 있고, 열 수도 있다.
2열 이후에도 선루프가 따로 달려 있고, 열 수도 있다.
2열과 3열 수동식 햇빛가리개.
2열과 3열 수동식 햇빛가리개.

반면 인테리어는 따뜻함과 배려 그 자체다. 실내공간 구성은 미니밴의 핵심. 얼마나 패키징을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시트 배열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며, 짐 싣는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게다가 장거리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차여서 시트 주변 컵홀더와 다양한 편의장비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컵홀더는 1열부터 3열까지 시트 근처에 2개씩 마련됐다.

시트 사이 중앙 통로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시트 사이 중앙 통로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새로운 카니발은 1열 가운데 자리했던 보조시트를 없애고 DSLR카메라가 들어갈 만큼 큼지막한 센터콘솔을 설치해놨다. 그리고 수입 미니밴처럼 2열과 3열 시트를 창 쪽으로 배치, 마지막 4열까지 이동하기가 편해졌다.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서서 걸어 다닐 수 있겠다.

4열 팝업 싱킹 시트는 조작법은 쉽지만,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하다.
4열 팝업 싱킹 시트는 조작법은 쉽지만,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최초로 적용했다는 4열 팝업 싱킹 시트는 펼치거나 접으려면 힘이 꽤 든다. 끈을 당기기만 하면 움직일 수 있는 구조지만, 힘이 약한 여성은 조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게다가 테일게이트를 열고 의자를 잡아당기는 동안 범퍼의 이물질이 바지에 묻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고출력 202마력, 45.0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2.2리터 R e-VGT 디젤엔진.
최고출력 202마력, 45.0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2.2리터 R e-VGT 디젤엔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초반 가속력은 살짝 더딘 편이다. 현대 맥스크루즈와 비슷하다. 스포츠카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타는 차여서 최대한 자연스레 가속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이해하면 쉽겠다. 물론 평소 운전습관이나 몰던 차종에 따라선 부드럽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시속 150km이상에서도 불안함이 적고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탑재된 R2.2 E-VGT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낸다. 구형보다 힘이 세졌다. 시승한 모델의 복합연비는 리터 당 11.2km, 고속도로에선 12.9km다. 연료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에어컨과 전조등을 켠 채로 달렸을 땐 10km 내외였다.

새로운 카니발은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꾸준히 하체 강화 훈련을 한 탓인지 달리기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새로운 카니발은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꾸준히 하체 강화 훈련을 한 탓인지 달리기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코너링은 꽤나 안정적이다. 단단한 느낌이 참 좋다. 차 높이가 낮아진 데다, 앞뒤 서스펜션을 보강했다.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52%나 적용했고, 구조용 접착제를 많이 써서 구형보다 비틀림 강성이 74%나 좋아졌다. 그래서 차의 자세가 갑자기 바뀔 때에도 불필요한 휘청거림이 줄어 주행안정성이 높아졌다.

정숙성도 특징이다. 특히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줄였다. 흡차음재를 많이 쓴데다 예전보다 설계 기술이 좋아진 탓도 있다. 달릴 땐 꽤나 조용한 편이다. 털털거리는 디젤차 특유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솔린 차라고 해도 믿을 만큼 조용하다. 달릴 때 3,000rpm 이상으로 엔진 회전 수를 높여야 시끄러워진다. 그리고 1열보단 2열 이후부터 소리가 커져서 등 너머로 노면의 소음이 들린다. 창 밖으로 들리는 바람소리는 잘 억제됐다.

2열 좌석에 앉으면 220v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전원 버튼을 켜지 않으면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2열 좌석에 앉으면 220v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전원 버튼을 켜지 않으면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일관성 있는 폰트 사용은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일관성 있는 폰트 사용은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와이퍼 작동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와이퍼 작동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 얘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시선이 닿는 곳들은 그동안 지적 받아온 부분을 많이 보강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의 촉감이나 글꼴 등을 통일감 있게 배열했다. 유광 장식들도 마무리가 많이 좋아졌다. 소재 간 질감 차이도 많이 극복했다.

그렇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기어 노브. 수동 모드로 조작할 때 느낌이 좋지 않다. 특히 +와 -로 이동할 때는 조금 더 직관적인 느낌을 주면 좋겠다. 깔끔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약간 유격이 있다. 그리고 1열 도어 핸들 모서리는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쥐는 곳은 매끈하지만, 양쪽 모서리는 앞뒤 플라스틱이 사이즈가 약간 다른 탓에 날카로웠다. 급히 만지다 보면 다칠 우려가 있다. 앞으로 개선되겠지만, 이미 차를 산 사람이라면 부드러운 사포로 조금 갈아내면 될 거 같다.

캠핑과 잘 어울리는 기아 카니발.
캠핑과 잘 어울리는 기아 카니발.

기아자동차가 내놓은 새로운 카니발은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싹 바꾼 패밀리카의 전형이다. 그동안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제품을 따라하기 바빴다면, 이번엔 오히려 연구 대상이 될 만큼 디테일에 신경 썼다. 안전은 기본, 스타일과 화려한 편의품목에다 탄탄해진 주행성능까지 두루 갖춘 실력파로 거듭났다. 미니밴의 개정판 교과서라 불러도 될 만큼 꼼꼼하게 잘 만든 차다.

정선(강원)=

박찬규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