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용접 산업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세계용접학회(IIW) 연차총회를 처음 유치했지만 정작 국내에서 관심은 싸늘하다. 정부가 6대 뿌리기술 중 하나로 용접을 꼽고 있으나 실제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세계 56개국 전문가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시작된 ‘2014년도 IIW 연차총회 및 국제학술대회’가 18일 엿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다. IIW 연차총회는 매년 세계 주요 국가를 순회하며 열리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다섯 번째로 개최됐다.
국내외 참석자들은 행사 기간 중 용접과 접합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 규격 제정 등을 논의했다. 행사 참석차 방한한 세실 메이어 IIW 사무총장은 “용접은 초소형 칩에서 플랜트와 조선소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곳에 쓰이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용접 산업의 잔치가 대한민국 안마당에서 열렸지만 국내에서 용접은 이른바 ‘3D 산업’ 정도로 인식되면서 관심이 낮다. 해외 선진국들은 ISO 규격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 80~100여명에 이르는 대표단이 참석했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대학 교수 중심으로 10여명만이 회의에 참가한다. 그나마 해외에서 열리는 총회에는 자비를 들여가는 때가 허다하다.
현재 IIW 연회비는 각국의 철강 소비량에 따라 책정된다. 한국은 철강 소비량이 세계 5위권이어서 연회비 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국제무대에서는 제몫을 못 찾는 실정이다.
정부가 최근 뿌리산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주조·금형·소성가공·열처리·표면처리와 함께 6대 핵심 기술로 육성하지만 용접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연스레 국내 용접 장치산업 발전이 뒤처지면서 레이저 용접 등 신기술 장비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용접 장치를 개발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뿌리산업 지원 정책은 업력을 중시하다보니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 설립된 기업은 지원 받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희석 대한용접·접합학회 수석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으로 가기 어려운 한계를 국제회의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와 대기업 등이 보다 관심을 갖고 용접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용접…금속과 비금속으로 제조된 소재·부품을 열 또는 압력을 이용해 결합하는 기술이다. 뿌리기술 중 제품 형상 제조공정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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