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3회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누군가는 이 수상소식을 가볍게 여길 수 있겠지만 UN이 190여개 회원국의 ‘전자정부 발전 수준’을 하나하나 비교·검토해 정한 1위라는 자리는 대단한 영예이자 자랑거리다.
특히 전자정부의 효시인 행정전산화 시절부터 40여년을 공직자와 사업자로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우리 정부는 1971년 정부전자계산소를 설립한 이래 ‘1·2차 행정전산망사업(1978~1986)’부터 ‘정부 3.0사업(2014)’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전자정부에 투자해왔다.
그 과정부터 축적된 빅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함과 동시에 맞춤형 전자정부로 업그레이드하고, 범정부 클라우드 컴퓨팅을 모바일로 확대시키는 작업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그렇다면 미래형 전자정부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먼저 전자정부 메뉴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해진 예산, 법·제도에 묶여 일방적으로 개발, 공급한 사례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수요자와 소통, 요구하는 것을 함께 디자인하는 ‘양방향 민원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수요자는 우리나라 국민이 우선 고려가 되겠지만 우리 전자정부를 수입하려는 상대국의 필요와 바라는 점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전자정부’라는 보따리를 들고 세계 시장에 장사하러 나가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많은 나라에서 우리 전자정부가 얼마나 우수한지 잘 알고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들의 기술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데에 또 놀라게 된다.
그 상태에서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고 악수하며 사진 찍는 일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얼마 안 가 알게 된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힘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다. 이것만 된다면 ‘핵심기술 사용료’는 한국 측에 얼마든지 지불하겠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전자정부 솔루션과 시스템을 현지 사정에 맞게 완제품 또는 반제품 형태로 모듈화해야 한다. 해당 국가의 형편과 수준에 최적화한 이른바 ‘한국형 전자정부 수출 모델’을 소·중·대형으로 맞춤 개발을 해야 한다.
이는 일개 기업이 같은 일을 중복투자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지 국가와 IT기업의 형편과 정보화 수준, 무엇이 당장 필요한지의 수요조사, 그리고 관련 조직과 그 기관의 내부 권력서열까지도 정확히 꿰고 있어야 가능하다. 결국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현재 KOTRA 등 일부 수출지원기관이 나서주고 있지만 전자정부라는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적화된 전문 서비스를 적시에 공급받기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요즘 중국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독자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지 않는다. 성 단위의 각 자치단체가 설립한 무역공사를 통해 ‘인해전술’로 수출전선에 뛰어든다. 기업가치가 200조원에 달하는 ‘알리바바’는 중소기업을 위해 문호가 활짝 열린 또 다른 무역창구다. 해외 2만5000여명에 달하는 알리바바 직원들이 중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전사들인 셈이다. 언젠가 그들이 중국판 전자정부를 수출한다고 세계를 헤집고 다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들의 파죽지세에 위기감을 넘어, 공포심을 느낄 정도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각 부처가 망라된 ‘전자정부 수출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행정적·기술적 지원은 물론이고 수출금융 등 자금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대한민국’이라는 깃발 아래 선단을 이뤄 명품 전자정부를 세계 곳곳에 수출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숙희 솔리데오시스템즈 대표(정부3.0 민간위원) unicon01@solide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