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공식화...노조 설득은 과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을 공식화하고, 합병을 결의했다. 이 날 하나금융그룹은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한국외환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공식화...노조 설득은 과제

최상위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거쳐 합병 공시까지 일사천리로 통합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상당수가 두 은행 통합에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까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13일에는 지주사 및 하나·외환은행 임원 워크숍을 소집해 “(두 은행의) 통합은 대박”이라고 조기 통합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조기통합 논의에 군불을 지피며, 지난 7일과 14일 두 차례 사내 인트라넷에 두 은행 조기 통합의 효과와 혜택을 강조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하나금융이 조기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근거는 두 은행 간 시너지 효과다. 하나금융은 합병 시 비용 절감 2692억원에 수익증대 429억원을 더해 연평균 3121억원의 효과가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조기 통합 움직임에 걸림돌도 있다. 노조합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이번 통합 논의는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조기 통합이 논의가 불거지면서 외환은행 노조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이 연임을 위해 ‘통합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 재무적 투자자에게 보여줄 성과물이 필요한데, 최근 3년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며 “성과가 없다는 큰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조기 통합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승유 회장 당시 외환은행 노조와 체결한 2·17 합의서 내용을 뒤집는 것도 부담이다. 2012년 합병 당시 하나은행은 향후 5년간 통합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독립법인 유지와 독립경영 보장 조항을 넣은 공개 합의 사항이다. 이를 뒤집게 되면 법적 소송은 물론이고 최종 경영진의 신뢰성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