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산 디젤 세단, 실용성으로 승부한다

# 국산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 세단 시장에서 반격 채비를 마쳤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가 디젤 세단을 앞세워 안방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자 국산업계도 간판 모델을 내세워 시장 수성에 나선 것이다. 사전 계약으로 나타나는 초기 반응도 당초 기대를 웃돌아 주목된다. 국산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구입시 연비를 최우선시 하는 구매 패턴에 적극 대응하고 실속 있는 가격 정책으로 승부한다.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가 연이어 내놓은 국산 디젤 세단의 경쟁력을 꼼꼼히 뜯어본다.

[이슈분석] 국산 디젤 세단, 실용성으로 승부한다

국산 디젤 세단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수입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다. 중형 세단인 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 르노삼성차의 ‘SM5 D’는 모두 3000만원 미만의 가격을 내세웠다.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도 디젤 트림을 신설하며 3200만원대의 가격을 책정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용성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성능도 수입차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앞선다. ‘그랜저 디젤’은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기존 SUV 모델에서 검증된 2.2리터 R엔진을 개선하고, 유로6 배기가스 기준까지 충족하는 R2.2 E-VGT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동력 성능은 최대 경쟁 모델인 BMW ‘520d’보다 앞선다. 또 흡차음 성능을 대폭 개선하고, 진동과 소음까지 최소화해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프리미엄 세단의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 출시로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의 라인업 다양화도 완성했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실제 사전 계약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가 당초 계획한 목표보다 높은 것이다. 디젤 세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디젤은 앞선 동력성능과 정숙성, 경제성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모델”이라며 “성능과 사양도 이전 모델보다 대폭 보강되면서 동급 최고의 상품성을 갖춰 국내 디젤 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 배기량은 낮추면서 출력은 높인 다운사이징이 접목된 것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르노삼성차의 SM5 D는 중형 차급에 1500cc 다운사이징 엔진을 탑재해 차급의 고정관념을 깨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터보차저와 직분사 등 다양한 엔진 효율 향상 기술을 적용해 적은 배기량으로도 고성능을 구현한다. 실제 SM5 D의 최고출력(110마력)과 최대토크(24.5㎏·m)는 수년 전 2000cc급 SUV 모델 성능에 버금간다. 여기에 SUV보다 가벼운 차체로 민첩성은 훨씬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연비도 동급 평균 연비보다 30% 이상 높은 16.5㎞/ℓ를 달성했다. 르노삼성차 측은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인 중형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가 경제성이라는 점에서 SM5 D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수준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 차량보다 앞선 연비와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디젤 세단 저변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출시된 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총 7만1958대를 판매해 2004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말리부 디젤의 활약이 돋보인다. 말리부 디젤은 출시 첫달 216대 판매에 이어 4월 522대, 5월 612대, 6월 709대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말리부 디젤은 출시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말리부 전체 판매에서 32%를 점유할 정도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말리부 디젤은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이 생산한 2.0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35.8㎏·m의 동력 성능은 경쟁 차종인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2.0 TDI’보다 앞선다. 파사트에 연비는 다소 뒤지지만 주행성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에서 우위를 나타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국산 및 수입 브랜드 경쟁 차량과 주요 제원이 달라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말리부 디젤의 주행성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바탕으로 중형 디젤 세단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