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등 16개 단체 "교육과정 개정연구위 해체"…과학교육 축소 반발 확산

국내 최대 과학기술인 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회장 이부섭) 등 16개 과학기술 단체가 과학교육 축소 논란을 불러온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과학교육 축소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과학계 전체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과총,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엔지니어클럽,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과학기술기업인총연합회, 대한변리사회 등 16개 과학기술인 단체는 2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논의되는 교육과정 개편 방향이 “‘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문과 출신 교육학자들로만 구성된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로는 애초부터 균형 잡힌 논의가 불가능하다”며 “현재 위원회를 해체하고 수학, 과학기술, 인문, 사회, 예술, 한국사 등 사회 각계 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는 위원회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계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회, 청와대 등에 전달하고 반응을 지켜보며 후속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부섭 과총회장은 “1차 목표는 (연구위) 조직을 해체하고 각 분야가 전부 참여하는 공평한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 개편안에서 과학 과목 비중이 축소된 데 따른 비판의 연장선으로 풀이됐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팀이 이날 공개한 개편안은 국·영·수 최소 이수단위를 10~15단위, 사회는(한국사 포함) 16~18단위, 과학은 10~12단위로 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09년 개정안에 비해 과학만 축소됐다. 이렇게 되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세부교과의 필수 교과시간 비중이 체육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발표 전부터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과학기술한림원, 기초과학학회협의체 등에서 즉각 반발이 뒤따랐다. 관련 토론회에서는 일선 교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과학계 중진들은 이 같은 비판이 ‘시수(수업시간) 싸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신영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명예대표는 “과학기술계는 오히려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지 않는 균형 있는 교육을 주장해왔다”며 “시수 싸움이 아니라 과학기술 지식을 기본교양으로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의 과학교육 축소가 대학교육 부실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혁 한국공과대학학장협의회장은 “물리나 미적분을 대학 저학년 때 다시 강의하면서 수준 높은 강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키면 대학이 고등학교 수준으로 전락해야 하는지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강대임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은 “미래 후손·후배들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다급하게 모였다”며 “(정부에서) 응답이 없다면 과학자들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