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이 축소된 교과과정 개편안을 접한 과학계 실망감은 넓고 깊었다. 과학계 중진부터 관련 산업계까지 비판에 동참했다. 사회부총리 청문회 때 쟁점화도 예고했다.
김시중 과학기술포럼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과학에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 시대적으로 중요한 가치에는 무게중심을 두자는 것”이라며 “한 쪽으로 편향된 인재를 양성해서는 창조경제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 교양이라는 게 인문사회 위주로 짜여 있었다”며 “과거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뒤처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단체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헌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사무총장은 “지금처럼 가서는 안 된다”며 “과학계도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단순히 시수(수업시간)를 늘리는 게 전부는 아니다”며 “사회 부문의 한국사처럼 이수단위 외에 별도 선택과목을 만들어서 필수선택으로 지정하는 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과총은 이 같은 과학계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쟁점화할 방침이다.
과총은 지난 21일 15개 과학기술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 해체 △과학기술을 포함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 재구성 △모든 학생에게 최소한의 과학적 소양 교육을 요구한 바 있다.
반발의 폭도 넓다. 21일 과총 주도 기자회견에는 대한변리사회, 출연연발전협의회,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한국엔지니어클럽도 참여했다. 과학교육 축소가 우리사회에 가져올 파장이 그만큼 광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은 “지식재산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특허인데 특허 본질은 바로 과학적 지식”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특허의 밑바탕에 과학 교육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수한 기술을 많이 만들어줘야 변리사가 일하는 보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한영성 한국엔지니어클럽 회장은 인력 수급 문제를 제기했다. “고등학교 때 충분한 과학 교육을 못 받으면 대학 교육도 제대로 안 된다”며 “결국 산업계 인력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대임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과학 교육이 제대로 안되면 연구계가 어려워질 것은 너무 자명한 얘기”라며 “연구계, 산업계를 막론하고 우리 후손과 미래를 위해 과학 교육을 축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팀이 같은 날 발표한 네 개 개정안에는 과학 최소 이수단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고됐다.
1안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모두 최소 이수단위를 12단위로 하고 2안은 5개 과목을 모두 10단위로 잡았다. 3안은 국어·영어·수학이 15단위인 반면 사회·과학이 10단위로 더 낮아진다. 4안은 국어·영어·수학 12단위와 사회·과학 10단위로 구성됐다. 네 개 안 모두 한국사를 별도로 포함해 과학만 비중이 축소되는 형국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