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정부 통신품질 조사에 초비상

마케팅 핵심 수단화 대비 통신사 수천억 예산 편성 `초긴장`

정부가 다음 달 통신 3사 망 품질 측정에 돌입하면서 통신사 간 대응 방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품질 측정 대상에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광대역 롱텀에벌루션 어드밴스트(LTE-A)와 해안, 도서, 산간 지역 등 격오지의 통신 품질까지 포함돼 향후 결과가 통신사 마케팅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통신사는 품질 측정 대응에 최고 수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미래부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정보화진흥원(NIA)과 공동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대상으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실시한다. 결과는 12월 발표된다.

지난해와 달리 광대역 LTE-A 등 신규서비스가 평가 항목에 추가됐다. 미래부는 필요하다면 신규 서비스 품질을 세부 지표로 공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까지는 사업자별로 등급을 매기고 전송 속도를 공개했지만 공개 항목을 더 세세히 나누겠다는 것이다. 조사에 변별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미래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신규 서비스 품질을 따로 공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접속성공률, 전송속도, 지연시간 등 품질 평가 항목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세월호 사건 여파로 불거진 섬, 해안 등 오지를 평가지역에 포함했다. 도서지역을 비롯해 해안선, 여객항로, 등산로 등 통신 인프라 취약지역을 선정해 평가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올해 우선 일부 취약지점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내년부터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긴장했다. 정부가 매년 12월 발표하는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는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유일한 공식 망 품질 평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품질평가에서도 전송속도를 놓고 일부 이통사가 기준이 잘못됐다며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통사로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사정이 더 복잡하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등 신규 네트워크 공급사를 선정해 광대역 LTE-A를 구축하는 등 변수가 많아졌다.

변수를 만든 쪽에서는 성과를 증명해야 하고 경쟁사는 이를 방어해야 한다. 이미 일부 통신사는 이번 평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망을 증설하기 위해 수천억원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네트워크 구축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늘리고 조기 집행에 들어갔다.

광대역 LTE-A 품질 경쟁도 치열하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LTE 시대에 접어들어 통신사 망이 상향 평준화되며 품질 변별력을 가지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정부 공식 평가인데다 각사가 광대역 LTE-A 품질을 마케팅 최일선에 활용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