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산업으로 성장한 MCN

아프리카TV에서 채널을 열고 방송하는 개인 제작자가 인터넷 인기인이 된지 오래다. 초기에는 비속어와 선정성이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콘텐츠로 승부를 건다. 개인 방송으로 고수입을 올리는 이들이 관심을 받는다.

[이슈분석] 산업으로 성장한 MCN

‘양띵’, ‘대도서관’, ‘대정령’ 등 젊은 층 사이에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1인 제작자는 아프리카TV 방송으로 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들은 자신의 채널을 보는 시청자에게 아프리카TV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 ‘별풍선’을 받는다. 콘텐츠 또한 게임과 스포츠 중계를 넘어 음식 먹는 모습을 찍는 ‘먹방’과 공부하는 모습을 담는 ‘공방’ 등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며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며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개인 제작자가 늘면서 이들을 엮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제 초기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산업으로 자리 잡은 ‘멀티채널네트워크(MCN:Multichannel Networks)’다. 대표적 MCN 플랫폼은 ‘유튜브’다. 개인 제작자가 활동하는 주요 무대가 국내는 아프리카TV라면 해외는 유튜브가 단연 대세다. 개인 제작자는 유튜브에 채널을 열고 콘텐츠를 올린 후 광고 수익을 얻는다.

MCN은 개인 제작자를 모아 콘텐츠 제작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아이돌 가수를 키우는 연예기획사와 비슷하다. 재능 있는 개인 제작자를 모아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를 제공하고 동영상 편집 등을 지원한다. 저작권 관리와 광고영업을 대신하고 다양한 매체, 사람과의 협업을 이어준다. 스타를 발굴하고 키우는 곳이 연예기획사라면 MCN은 개인 제작자를 발굴해 유튜브 스타로 만드는 일을 한다.

현재 미국에선 MCN 기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줄을 잇고 있다. MCN 산업 규모와 잠재력을 상징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은 디즈니의 메이커스튜디오 인수다. 메이커스튜디오 창업자 셰이 칼 버클러는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영상으로 담은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유튜브 스타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유튜브 기반 개인 제작자 4명을 모아 메이커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콘텐츠 만드는 노하우 전수와 홍보, 광고영업 지원을 통해 개인 제작자를 모았고 200개 채널을 만들어 총 4억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디즈니가 메이커스튜디오 인수에 쓴 돈이 자그마치 1조원이다. MCN에 대한 관심은 비단 디즈니만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영화드라마 제작자 브라이언 로빈스가 설립한 ‘어섬니스TV’ 역시 2012년 드림웍스에 매각됐다.

투자 유치 규모도 만만치 않다. 머시니아가 6760만달러(약 695억원), 앨로이디지털이 3000만달러(약 304억원), 스카이홀이 1690만달러(약 174억원), 베이스79가 1430만달러(약 147억원)를 투자 받았다. 타임워너, RTL그룹, 컴캐스트 등 전통 미디어 기업이 앞다퉈 MCN 투자에 나선다.

MCN이 이렇게 유력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유튜브의 글로벌 영향력 때문이다. 싸이 ‘강남스타일’ 10억뷰가 말해주듯이 유튜브는 콘텐츠 유통의 절대 강자다. 유튜브 영향력은 이미 TV를 넘어서고 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35세 이하 시청자 중 유튜브를 고정적으로 보는 비중은 55%로 나타났다. 반면 폭스는 46%, MTV는 40%, ESPN은 33%에 그쳤다. 전 세계 유튜브 시청자는 10억명, 총 재생시간은 월 60억 시간에 이른다.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유명 MCN의 트래픽도 어마어마하다. 드림웍스에 인수된 어섬니스TV는 7만3000여개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는 2070만명에 이른다. 누적 영상 조회수는 12억뷰다. 어섬니스TV를 뛰어넘는 MCN도 많다. 베보가 구독자 2억610만명에 누적 조회 수 1301억뷰, 풀스크린이 구독자 2억650만명에 누적 조회 수 439억뷰에 이른다.

MCN이라고 무조건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베보 등은 유튜브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독자 사이트와 앱으로 콘텐츠 유통을 시도하고 있다. MCN이 새로운 유력 채널을 만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서황욱 구글코리아 유튜브 파트너십 총괄 상무는 “대중적인 영상 플랫폼과 결합한 개인 제작자 영향력이 커지며 MCN이란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MCN이 뉴미디어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해외 MCN 현황(2013년 8월 기준)

출처:엔더스 애널리시스

해외 주요 MCN 투자 유치 및 인수 현황(단위:만달러)

자료:크런치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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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