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도 끝나가는 7월 말 캠퍼스는 인적이 드물지만 일부 대학은 지금이 더 바쁘다. 개강을 앞두고 미리 강의 콘텐츠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버대학 얘기다.
스튜디오 가득히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조리실이 꾸며진 원광디지털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촬영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 날 스튜디오에서는 원광디지털대의 대표 학과인 한방건강학과의 새로운 강의 촬영이 진행됐다.
스튜디오에 마련된 원목 조리대 앞에 선 이은란 교수가 조리 과정을 직접 선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를 세 개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담았다. 무인 촬영 시스템으로 카메라맨은 따로 없다. 유리 건너편 조정실에서 담당 PD가 네 개의 작은 모니터를 보면서 카메라의 방향과 줌인·줌아웃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촬영했다.
박종원 콘텐츠개발팀 담당 PD는 “촬영하면서 실시간으로 가편집 과정을 거치는데 총 75분 분량의 강의를 찍기 위해 3~4 시간을 촬영하고, 자막 등 후반작업에 2~3 시간이 더 걸린다”며 “촬영하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의 시각에서 궁금한 점은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마이크를 잡고 스튜디오 안 이 교수를 향해 “두유에 거품이 올라왔는데, 자연스러운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이날 요리는 우유와 버터 등 유제품 대신에 두유와 식용유를 사용한 채식베이커리 조리였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강의 주제나 내용 외에 실습 비중도 높아졌다. 수업의 질과 양 모두 까다로운 요구를 소화해야 했다. 새로 설치된 한 대의 카메라는 천장에 달려 부감으로 조리과정을 보여줬다. 반죽 믹서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장면이 조리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것처럼 모니터 화면에 나왔다.
콘텐츠개발팀의 이현정 교수설계 담당은 “편집 분량까지 고려하면 방학동안 6주치 분량의 수업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며 “수업 내용을 미리 제작하는 만큼 사전에 학생의 요구는 물론이고 학과 차원의 교육적 효과 분석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가 방송만으로 이뤄지는 만큼 사전에 교수가 카메라 테스트를 받거나 오리엔테이션도 따로 받는다.
이은란 교수도 “오프라인에서는 학생의 반응을 보면서 바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 학생이 없는 상황에서 사전에 촬영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설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현정 담당은 “이론수업에만 교수설계 담당 2명, 영상촬영 2명, 디자인편집 1명 총 5명이 교수와 협업하고 실습수업은 2배의 인력과 시간이 더 투자된다”며 “교수는 전문가이지만 온라인 강의이기 때문에 온라인이나 모바일 강의 특성에 맞는 지 교수와 함께 강의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