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또 e스포츠의 유산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시대의 과제이자 사명이다.
1990년대 e스포츠가 탄생하고 짧은 시간 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로 보급됐다. e스포츠가 하나의 ‘현상(phenomenon)’을 만들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갈망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시대적 상황과 적극 부합하면서 오늘날의 e스포츠가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초기에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적극 참여한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마케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계에 직면하고 자발적인 풀뿌리 e스포츠의 발전을 저해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상업적 현상으로서 e스포츠가 가진 한계는 CPL, ESWC 등의 파산으로 이어졌으며, 2013년 중국 쿤산에서 마지막으로 개최된 WCG 해체는 공익과 사익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기업의 상업적 접근은 인류보편성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문화적 접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결정되고 있다.
종주국의 위상에 부응하고자 정부의 정책도 적극 반영됐다. e스포츠가 갖는 종주국의 위상은 경제·사회·문화적 가치에 한정되지 않고 고용창출, 국익 제고, 국제사회 기여 등 유무형의 가치를 만들고 있다. 태권도나 올림픽이 갖는 체계적 국제화처럼 다양한 국제관계에 자원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이러한 의미에서 e스포츠의 가치와 부합하며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란 완성된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을 위한 성장기반을 다지는 것이고 그 가능성을 공유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정부정책을 적극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실행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국내 e스포츠 발전과 국제화를 위한 각종 대회 및 보급 사업은 중요한 포인트다. 2013년 6억원의 e스포츠 예산은 2014년 16억원으로 대폭 상승했음에도 게임 관련 전체 예산 268억원 중 6%에 불과하다. 체육기금 9229억원에 비하면 비교조차 힘든 열악한 환경이다. 우리 시대에 찾아온 문화콘텐츠의 실체를 확인하고 풀뿌리 문화를 체계화해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e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게임을 모태로 게임의 대중성에 기반을 둔 e스포츠는 게임을 위한 현실도피의 도구로 전락하는 모순을 보일 수 있고 게임의 지역 시장성에 운명을 달리할 수 있다. e스포츠가 문화적 복합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하나 특정 게임이라는 근본적인 생산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PC기반의 산업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으로 e스포츠를 탄생시킨 종주국의 위상은 스타크래프트의 몰락으로 침체기를 겪고 리그오브레전드의 열풍으로 다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관중과 팬 문화를 만들어낸 e스포츠에 기반을 둔 국산종목의 개발과 다양한 e스포츠 플랫폼의 접목을 적극 시도할 때다. 지속가능성을 가진 e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단체의 활성화가 선결과제다.
e스포츠 단체는 e스포츠의 가능성을 시현하는 중요한 요건이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를 필두로 국제e스포츠연맹(IeSF),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KeSA) 및 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IeSA)이 설립되어 국내외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의 활성화는 e스포츠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며 제도 및 시스템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송석록 경동대 체육학과 교수 disporta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