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공화국이 현재 영토에서 2000㎞ 떨어진 피지섬에 이주 영토를 마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나라를 옮긴다니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키리바시공화국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국토가 침수될 위기에 처해 비상 피난처를 확보한 것이다.
키리바시공화국은 인구 11만명의 작은 섬나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로 유명하다. 남태평양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특히 산호초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몇 십 년 후엔 더 이상 현재의 키리바시공화국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키리바시공화국 국토의 평균 고도는 해발 2m 수준이다. 그런데 해수면이 해마다 0.3㎝에서 1.2㎝까지 상승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침수와 민물 오염으로 이르면 30년, 길어도 60년 뒤엔 사람이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리바시공화국뿐만 아니라 인근의 투발루와 나우루, 인도양의 몰디브 등 많은 섬나라들이 수몰 위기에 처해있다. 섬나라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인도 동부, 베트남 등 일부 내륙 국가들도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난 3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채택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과 인도양 일부 지역 해수면이 연간 1.2㎝씩 상승해 미래에 저지대 작은 섬들이 완전히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타까운 것은 해수면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조차 해수면 상승을 막기 어려운 만큼 빙하가 녹는 속도와 해수면 상승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춰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정도다.
이처럼 수몰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나라들의 현실을 다룬 영화가 소개된다.
오는 31일 목포에서 아시아 최초의 해양영화제인 ‘2014 목포해양영화제(MOFF)’가 개막한다.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막작이 바로 ‘미스 남태평양:미녀와 바다’다.
개막작은 메리 램버트 감독의 2012년 작이다. 남태평양의 섬을 대표하는 미녀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동시에 그들이 사는 섬이 현재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태평양 섬나라에서 모인 미녀 참가자들은 미스 남태평양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피지의 수도 수바에서 일주일간 경연을 펼친다. 고유 전통 의상과 역동적인 춤을 선보이는 미녀들, 하지만 그녀들의 섬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바다 밑으로 사라졌거나 몇 년 사이에 침수될 위험에 처해 있다.
대회에 참가한 각 나라 미녀들은 대회를 통해 세계 사람들에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여 달라고 호소한다. 이 영화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섬을 지키기 위한 미녀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생활습관 탓에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