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문화융성, 이제는 확산이다

문화융성위원회(위원장 김동호·이하 위원회)가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4대 국정운영 기조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걸고 실질적 추진전략 마련을 위해 구성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이다. 박 대통령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문화 가치를 앞세워 호평을 받았다. 집중조명을 받은 위원회도 전국을 무대로 그동안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국민이 문화융성을 체감하기까지는 아직 해결 과제가 많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이슈분석]문화융성, 이제는 확산이다

◇삶에 문화를 ‘플러스’

위원회는 작년 출범 후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문화가 있는 삶’ 8대 과제를 도출했다. 8대 과제는 27개 세부 과제와 84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8대 과제를 포괄한 중장기 종합계획인 ‘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연내 발표한다.

문화가 있는 삶은 자율·상생·융합을 키워드 삼아 국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생활밀착형 정책으로 문화융성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8대 과제는 △인문가치 정립·확산 △전통문화 생활화 △생활속 문화 확산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 △예술계 창작생태계 조성 △문화 융복합 모델 발굴·육성 △문화가치 국내외 확산 △아리랑 국민 축제화로 구성됐다.

인문가치 정립·확산은 8대 과제 중에서도 핵심으로 관련 종합계획이 8월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8대 과제를 제시하며 인문학 연구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알기 쉬운 인문학 교재 개발·보급, 고전의 현대적 번역을 통한 인문학 대중화, 인문정신문화진흥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예술계 창작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기초 예술 창작지원 확대, 예술인 복지 강화,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강화 등을 추진한다. 문화 융복합 모델 발굴·육성의 주요 사업으로는 창의 문화융합 캠프 운영, 창의융합 미디어아카데미센터 설립 등이 있다.

문화가치 국내외 확산을 위해 내년부터 문화영향평가제를 본격 도입하고, 세계문화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한다.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를 위해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시행했다. 이밖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민족 공동체의 아이콘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문화가 있는 날, 콘텐츠산업진흥 정책 ‘호평’

8대 과제가 작년 10월에 발표된 만큼 문화융성은 이제 틀을 갖추고 정책 추진 속도를 높여가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주목을 받은 사업으로 ‘문화가 있는 날’과 콘텐츠산업진흥 정책 등이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은 각종 문화시설 문턱을 누구나 낮춰 쉽게 공연이나 전시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전국 주요 문화시설에서 할인·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국 총 1300개 문화시설이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 주요 영화관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영화표를 5000원으로 할인해준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부모가 같이 프로농구·야구·배구·축구를 보러갈 경우 50% 할인 받을 수 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도 해당일에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전의 한 공무원은 “‘문화가 있는 날’이 지자체에도 확산돼 종종 연극 등을 관람하러 간다”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공무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제2차 3개년 콘텐츠산업진흥 기본계획’과 ‘2014년 콘텐츠산업진흥 시행계획’은 정부의 강한 콘텐츠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98조원 규모 콘텐츠 시장을 2016년 112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연내 2000억원 규모의 장르 투자 콘텐츠펀드, 1000억원 규모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문화기술(CT) 활용 제고로 신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연구개발(R&D) 성과물 연계 사업화를 돕는다. 콘텐츠 수출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콘텐츠 등급심의 제도를 완화하는 등 현장 애로를 해소한다.

콘텐츠산업 진흥의 일환으로 연내 발표할 이야기 산업 활성화 계획도 업계 관심사다. 정부는 이야기가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종합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확산·체감이 관건

위원회를 중심으로 문화융성 사업은 체계적으로 추진되는 모습이다. 특히 김동호 위원장의 ‘현장중심’ 활동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과 기업, 지역과 문화소외계층 등으로의 확산과 체감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기업에 ‘문화가 있는 날’을 확산시켜 국민 체감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세계그룹이다. 위원회와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문화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은 문화소외계층 초청 고품격 클래식 콘서트 개최, 정시퇴근을 생활화하는 문화퇴근일 캠페인 등에 참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여러 기업과 ‘문화가 있는 날’ 참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 참여가 곧 국민 체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속 기업, 지자체 등이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 국민은 아직 문화융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화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아예 정부 정책을 잘 모르거나 혜택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솔직히 문화융성이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며 “국정운영 기조로 내걸 정도면 우리 업계도 투자가 활성화 되는 등 진전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 분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극 제작자는 “나뿐 아니라 동료 영세 연극 제작자들은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국민 인식 확산과 체감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기 성과 창출에 매달리지 않고 저변에서 문화적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는 평가다.

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현장을 방문해 얻은 정보와 의견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고, 정책 수립 후 현장에서 잘 전파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문화융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