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소프트웨어(SW) 혁신전략’이 나온 뒤 SW 사업대가 및 유지보수율 인상, SW 인재 확대 등 주요 정책들이 SW 생태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좀 더 창조적인 SW 시장구조를 만들려면 뱅크식 연구개발(R&D) 제도 도입, 기술우대 중심의 선진화된 SW 발주제도 등을 제언하고 싶다.
첫째, SW 융합 신시장을 창출하려면 선R&D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지금의 R&D 투자는 수요조사를 받아 짜깁기 기획을 통해 연 1회 과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기술을 상시 신청하고 평가해 적시에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뱅크 R&D 자금 운용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면 평가해 우수한 성과물은 테스트베드에 적용하거나 판로·수출 연결, 기술인력, 애로사항, 기술매칭 등 창조지원 원스톱 R&D 서비스 체계를 마련해 R&D 성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국방 무기획득 SW사업은 대부분 선행 R&D의 양산사업으로 추진된다. 선행 R&D를 할 때 외산 상용 SW는 제 가격을 주고 도입한다. 민수에 적용된 국산 상용SW나 R&D 성과물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용역으로 개발해 공급하기 때문에 양산 시 선행 R&D한 SW 성과물의 지식재산권이나 소유권, 제품가격 등을 전혀 인정해 주지 않아 기업의 수익성과 기술개발 연속성이 보존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행 R&D의 용역개발 SW 성과물의 지식재산권과 SW 제품가격을 인정해 줘야 한다. 성능요건을 만족하는 국산 상용SW나 R&D 성과물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기업의 교통비와 숙박비 등이 증가하고 1인당 업무 생산성이 현격하게 떨어진 만큼 사업대가에 반영돼야 한다. 또 사업대가가 올라도 공공기관 SI 사업이나 유지보수사업 대부분이 조달청을 거쳐 발주되기 때문에 기술 우선순위 선정보다는 가격 80~90% 이내의 최저가로 낙찰되는 것이 다반사다. 기술을 100%로 평가하고 기술우선순위 가격 협상 발주 계약 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통합 발주하는 유지보수사업도 도급업체가 하도급 SW에 대한 의도된 비정상적인 관행이 많은 실정이므로 제안 시 사전에 유지보수 요율이 포함된 SW 유지보수 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해 미계약이나 계약 지연, 최저가 요구, 추가 꺾기 등을 차단해야 한다.
SW 도입 분리발주는 최저가 60%에서 올 초부터 80%로 인상돼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최저가 80%로 결정되고 있다. SW 제품 제안평가 시 단일 제안 평가표, 방법으로 전 제품을 획일적으로 심사위원 주관으로 평가하고 최저가 80% 낙찰로 사업자를 선정하므로 기술을 잘하는 기업보다는 기업선호도에 의한 심사위원 주관평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실제 기술 성능이나 기술 차별성 없이 결정되고 만다.
일정금액 이하 분리발주 SW는 발표 없이 온라인 평가로 심사위원의 잣대에 의해 결정되니 기술 기업보다는 제안서 디자인에 신경을 쓴 기업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단일 건별이나 일정기간 주기별로 구매조건부 공개 표준 벤치마킹테스트(BMT)를 통한 제품 성능서를 제안 시 제출하거나 공인 BMT 기관과 연계해 성능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지보수 SW를 분리 발주할 때는 유지보수 요율을 제품별로 예산이 정해진 대로 100% 지급해야 한다.
조풍연 발주문화선진화위원회 회장(메타빌드 대표) cpy@metabui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