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년 대한민국 역사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나라는 어디일까? ‘조선’이라는 나라만큼 많은 이에게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조선의 건국부터 멸망까지 정치, 경제, 문화, 풍속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지금도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모체이면서도 대한민국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현재까지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며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계속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의 임금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전까지는 궁궐에서 화려하게 사는 모습, 여인의 치마폭에 휘둘리는 무능한 모습 혹은 따뜻한 애민정신과 어진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현명한 모습 등 단편적인 모습만 중점적으로 부각됐다. 요즘은 임금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도 변해 ‘임금’이라는 인간 자체를 둘러싼 환경과 인간 내면까지 아울러 살펴보려는 다양한 시각이 증가하는 추세다.
조선에서 누구보다 영화롭게 살았지만 그만큼 고독했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 조선이라는 나라의 맨 꼭대기, 가장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다가도 한 순간에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두려운 자리에 앉은 사람. 어쩌면 조선에서 역대 임금의 인생을 살펴볼 때에 그들만큼 굴곡진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조선 임금 잔혹사’는 흔히 알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의 풀이편도 아니며 구중궁궐 암투로 집약된 로맨스와 야사도 아니다. 이 책은 역사 속 임금이 얼마나 힘겹게 왕위에 오르고, 지켜내며 또 빼앗기고 쟁취했는가를 보여준다. 그들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도서의 제목이 ‘조선 임금 잔혹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금이 되기 위해, 또한 임금이 된 후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가혹했기 때문이다. 왕은 지엄한 신분을 가진 대신 한 순간도 자유롭지 못했고, 그 지위를 누리기 위해 자유와 생명을 담보로 살았으며 그 담보는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 책은 조선의 왕과 세자들이 자유와 생명을 담보로 벌였던 소리 없는 전쟁을 꼼꼼하게 담았다. 그 외에도 조선이라는 나라와 조선 왕실의 특수한 환경과 문화, 그 주변 화제의 인물까지 채워 넣었다.
왕으로 태어난 사람과 왕으로 만들어진 사람, 왕자로 태어났지만 왕이 되지 못한 사람. 그들의 불안하고도 우아한 공존을 통해 진짜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저자의 말처럼 조선의 임금과 세자들이 느꼈던 희로애락에 공감하며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과연 얼마나 뜨겁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민기 지음. 책비 펴냄.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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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