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사회학’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실패가 어떻게 우리 역사와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 돌아본 책이다. 정당한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어떤 실수가 실패로 연결됐는지 알려준다.
저자 메건 맥아들은 자신의 유명 블로그와 ‘애틀랜틱’지에 쓴 글로 우리가 삶과 학습, 일에 있어서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삶과 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준다. 한때 성공적이던 기업들이 왜 개혁에 실패하는지, 우리는 왜 실패를 이해하기 위해 학자나 의사에게 도움을 얻는지도 말한다. 스스로 실패를 벗어나 성공궤도에 오르는 방법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성공한 이들이나 사회는 사람들이 위험 요소를 감수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실패를 빨리 인지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정하게 한다. 이런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다음 기회를 주며 다시 일어나게 독려한다.
이 책은 대부분의 실패는 다양한 실험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한다. 고통스럽지만 다음 기회를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무조건 적으로 받아들이며 감정에 호소해 무엇이라도 무작정 도전하라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실패를 바라보고 그 과정 속에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또는 사회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패에서 배울 것과 앞으로 배워야 하는 것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노키아 최고경영자(CEO) 피터 스킬먼은 경영대학원 학생부터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같은 문제를 냈다. 마시멜로, 20개의 스파게티면, 스카치테이프로 높은 구조물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도전자들은 건축학 이론까지 동원하며 최고의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를 열어보니 도전의 승자는 유치원생들이었다. 대학원생을 이기고 유치원생들이 이 도전에서 이길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들은 계속 실패를 거듭하며 스파게티면을 더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실패를 극단적으로 두려워하고 어릴 때부터 실패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쓴다. 부모들은 최고의 교육과 환경으로 실패하지 않는 삶을 아이에게 주고자 한다. 저자는 실패해보지 않은 아이가 성장 후 실패를 마주했을 때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책은 또 다른 예를 든다. 파산에 너그러운 나라다. 미국은 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정당한 절차에 의해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등에서 사업 실패는 단지 하나의 경력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의 창업자들은 20대의 나이에 대학을 중퇴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투자를 받아 창업했다. 저자는 이런 성공의 바탕에는 파산이라고 하는 실패에 너그러운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실패를 용납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난다. 이 책은 실험과 시도, 실패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실패는 용납해 다음 도전의 밑거름이 되게 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실패는 방지해야한다고 충고한다.
메건 맥아들 지음. 신용우 옮김. 처음북스 펴냄. 1만5000원.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