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저물가-저성장-저투자’의 일본식 장기불황 패턴이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본에 있었던 경기침체 징후가 경제 전반에서 포착되면서 한국에서도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과거 외환위기를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잘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장대한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한국은 BT와 IT 같은 첨단기술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며, 한국의 미래는 이러한 융합기술에 달려 있다’고 말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과 같이 나는 그동안 축적했던 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산업이 미래 경제를 견인할 희망이라 생각한다.
‘특정분야에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융합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한 어느 ICT 중견기업 대표의 말처럼 우리 기업들의 변화와 생존을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운전 환경에서의 이상 징후를 스스로 판단해 제어하는 스마트자동차 개발, 센서와 통신기기를 이용해 거주자 상태를 고려해 전력·냉난방·조명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홈 기술 실현, 몸에 부착하면 맥박과 체온 등의 신체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을 관리해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보급 등과 같이 융합산업은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술 혁신비전 2020’에 따르면 세계 ICT 융합 시장은 2010년을 기점으로 이전 10년의 경제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연평균 13%대로 고성장 중이며, 한국 시장 역시 연평균 19%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 정부는 기존 산업과 ICT 융합으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 중이다. 또 ‘창조경제타운’을 조성해 중소〃벤처기업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적극적인 사업화를 지원하는 등 ICT 융합산업 활성화에 힘 쏟고 있다.
ICT 융합산업의 성패는 창의성과 신속성에 의해 결정된다. 창의적인 융합기술로 다른 경쟁자 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융합산업을 향한 발걸음을 붙잡는 장애물도 있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제품임을 자타가 공인함에도 기존 인증제도와 맞지 않아 판매할 수 없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즉 새로운 융합제품 특성상 기존 기술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적용할 기준이 없어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ICT 융합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새로운 융합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기준과 품질인증 규격을 최대한 신속히 마련해 융합제품이 시장에 원활하게 출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ICT특별법’을 통해 ‘ICT융합품질인증제’를 마련했다. 지난달 11일 첫 ICT융합품질인증 제품이 탄생했다. 제1호 인증 제품은 CCTV와 무선통신 기능이 포함된 LED 융합가로등이다. 이는 야간조명 기능 이외에도 방범 영상정보를 무선으로 24시간 관제센터에 전달함으로써 다른 방범 장치의 중복 설치를 막고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LED가로등, CCTV, 무선관제시스템의 융합형 제품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개발해 놓고도 인증기준이 없어 시장에 출시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ICT융합품질인증제도가 시행된 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10여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거나 인증 대기 중이다. 제도 자체가 ICT융합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ICT 융합산업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구 선진국이 300년 걸려 이룩한 경제 성장을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이룩한 우리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ICT 융·복합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이를 또 다른 경제도약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통해 우리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융·복합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데 ICT 융합품질인증이 든든한 디딤돌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임차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csleem@t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