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갈팡질팡하는 행보가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협력금제 얘기다. 정부는 최근 두 제도와 관련해 명확한 방침을 유보했다. 수위 조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시행을 유보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두 제도는 취지에서 현안까지 상당히 닮은꼴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핵심 제도라는 것에서 내년 1월 시행 계획으로 국회와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법안들이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환경 쪽에서는 친환경 사회로 가기 위한 대표 제도로 언급하지만 일부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라고 비판하도 것도 비슷하다. 갈지자 행보를 걷는 정부 상황도 똑같다. 나아가 정부가 명백한 위법을 저지르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점도 닮았다.
배출권거래제는 법령안에 따르면 7월까지 배출권 할당 기업과 각 할당량을 정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업종별 할당량 외에 그 어떠한 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제도 시행에 따른 산업계 우려가 많은 만큼 다방면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탄소협력금제도 마찬가지다.
법은 사회적 합의다. 배출권거래제도 그렇고, 저탄소협력금제도도 관련법 발의와 통과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 관계자의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지켜야 한다.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신뢰를 잃는다.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협력금제에 대한 정부 태도를 보면 법이 너무도 쉽게 무시되고 있다. 과거 약속은 잊혀진 지 오래고 지금 산업계의 우려에 시행 연기까지 언급하고 있다.
법이 완벽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법 역시 허점과 불합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개정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제도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여론 수렴을 이유로 법을 어기는 정부 태도는 비정상이다. 법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개정해서 고쳐나가면 된다. 이번 사례가 한 번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