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나노대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 기술이 한단계 발전하면서 양산공정 도입도 빨라질지 주목된다.
노광기 부문 선두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자사 노광장비 ‘NXE:3300B’ 성능 향상으로 24시간 이내에 500장 이상 규모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ASML은 해외 반도체업체 생산라인에서 하루 637장 웨이퍼 처리 능력을 확인했다. ASML은 고객 사이트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미국 IBM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세계 반도체 생산라인에 쓰이는 핵심 노광기 대부분을 ASML이 공급한다.
EUV 노광기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193nm) 대신 EUV를 광원으로 쓰는 차세대 노광기다. 차기 미세공정 구현에 필요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현재 기술로는 광원 효율과 출력이 너무 낮아 아직 양산 장비는 나오지 않았다.
차세대 노광기 개발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은 미세공정 구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노광기를 활용하는 3차원(3D) 적층과 쿼드러플패터닝기술(QPT) 등을 도입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정 간소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EUV 노광기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때문에 지난 2012년엔 인텔·TSMC·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가 EUV 장비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ASML에 투자하기도 했다.
ASML은 이번 성능 향상이 당장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EUV 플랫폼이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시험하는 내구성 테스트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SML은 올 연말까지 다른 고객사 생산라인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사이트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가능한 평균적인 성능임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내년 중 시생산 장비를 공급하고, 이듬해 양산 공정에 장비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비싼 가격과 광원 효율 문제는 계속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반도체업체가 원하는 100% 수준의 EUV 노광기가 단기간에 개발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 기업이 1000억원을 웃도는 EUV 노광기의 비용 대비 효과를 어느 수준에서 설정하는가에 따라 도입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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