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시진핑 주석이 자국의 주요 기업 수장을 대동하고 방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방한 기간 동안 ‘한중 경제포럼’ 등 양국 경제협력 강화 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되면서 수출 비중이 큰 디스플레이업계의 기대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디스플레이산업 입장에서 중국은 기회이자 위협요소다. 2011년 기준 중국은 북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1년 전 세계 LCD TV 매출의 22.8%를 차지했던 중국은 2012년 25.2%, 2013년에는 29.4%로 비중을 늘리면서 세계 TV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판 TV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울트라HD와 3차원(3D) TV도 중국이 2013년 기준 각각 83.6%, 43.1%의 점유율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소형 IT제품도 세계 수요의 상당부분이 중국 내에 위치한 주문자상표제작(OEM) 업체들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은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가 될 것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기는 녹록지 않다. 대만·일본 등 경쟁국 역시 중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중국 디스플레이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중국의 대형 LCD패널 점유율은 12.8%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3년 만에 50% 밑으로 떨어지는 등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예전과 같이 ‘낮은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품질’로 승부를 걸고 있고, 정부의 막대한 지원까지 뒷받침 받는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중국에서 생산한 패널로 80% 공급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으며 한국 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OLED 패널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 AUO도 중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승인받으며, 중국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괄목상대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업계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 됐다.
이에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업은 중국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최근에는 중국 현지에 진출해 협력사와 함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중국 맞춤형 마케팅과 프로모션 활동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현지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중국 경제와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동반 성장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요구된다.
최근 투자나 규제완화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지원은 점점 축소되는 반면에 중국을 비롯한 대만, 일본 등 경쟁국의 자국 기업 지원 정책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한 예로 장비에 대한 관세를 들 수 있다. 중국은 기업이 투자한 수입 장비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장비에 관세를 부과해 경쟁국 대비 불리한 투자환경을 갖고 있다. 물론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만, 경쟁국과 대등한 조건과 환경이라야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주력 산업으로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디스플레이산업, 그 중심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중국이 있다. 이제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산·학·연·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