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간편결제시스템 투트랙 전략, 업계 "혼란만 가중"

전자상거래 간편결제시스템 도입을 놓고 신용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가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하지만 협력체계 구축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어정쩡한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펼치면서 업계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와 PG사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간편결제 방안을 시급히 도입하라는 정책지도가 내려왔지만 현실과 괴리된 땜질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페이팔, 알리페이 등과 같은 간편결제 확산을 위해 PG사에 고객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정 요건의 자격을 갖춘 PG사에만 카드 정보를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내세운 또 하나의 대책에는 카드사가 공인인증서 외에 추가 인증수단을 적극 발굴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카드사 자체 인증이든 PG사와 협력해서 만들든 간편결제만 되면 모두 허용하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혼선에 빠졌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PG사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 상당수는 대책 초기인 만큼 PG사와 협력하는 모양새만 취할 뿐”이라며 “속내는 자체 보유한 간편결제 솔루션을 전자상거래에 활용해 수익을 전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해온 카드사에는 자체 간편결제시스템이 있는데 고객정보까지 줘가면서 PG사와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엄포 때문에 외부로 표현은 안하지만, 상당수 카드사는 별도의 협력체계를 형성해 자체 간편 솔루션 사용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의 비전문성을 비판하는 의견도 거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간편결제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최종 의사결정자가 카드사별로 자체 간편결제시스템이 있는지 조차 파악을 못한 것 같다”며 “뒤늦게 이를 알고, 카드사가 보유한 간편결제솔루션도 대대적 홍보를 통해 활용하라는 또 다른 행정지도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PG업계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카드사와 긴밀한 협조체계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 PG사 대표는 “카드사가 카드 정보를 주지 않으면 PG사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보안체계를 강화하고 카드사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부분적인 분야에서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PG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자체 시스템만 고집한다면 머지않아 해외 공룡IT사들의 진출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객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보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해 카드사와 PG사는 당분간 어색한 협력체계를 이어가겠지만 ‘동상이몽’처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시너지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