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대변혁](하)한국, 플래시 스토리지 격전지로 부상

#미국 플래시 스토리지 기업인 퓨어스토리지는 지난해 3월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총 3명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1년 만에 직원이 17명으로 늘었다. 한국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스캇 디첸 퓨어스토리지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올 연말까지 두 배 이상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플래시 스토리지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히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인 바이올린메모리. 지난해 5월 국내 진출한 이 회사는 한국거래소(KRX)에 플래시 스토리지를 첫 공급한 데 이어 지금까지 50대 이상(용량 기준 1페타바이트 이상)의 판매고를 거뒀다. 이는 자체 기준, 아시아 지역 내 최대 성과다.

제프리 모리슨 바이올린 메모리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유통망과 인력 확대 등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은 5% 미만으로 아직 비중 자체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마이크 프리에토 EMC 아태지역 영업 총괄 부사장은 “한국 시장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세계 플래시 스토리지 성장 평균(71%)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이미 확인했다. 세계 최대 스토리지 기업인 EMC는 지난해 11월 올 플래시 스토리지 ‘익스트림 IO’를 국내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100여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괄목한 만한 성과에 사업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한 것이다.

관심은 판도 변화다. 그동안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은 퓨어스토리지와 바이올린메모리 등 신흥 주자들이 주로 개척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통의 스토리지 기업들이 플래시 시장 대응에 나서면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잡으려는 생존경쟁이다.

강민우 퓨어스토리지 한국 지사장은 “2016년까지 매출 300억원 이상을 달성해 넷앱을 뛰어넘겠다”고 말했다. 한국EMC는 플래시 스토리지 전 부문 1위를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당장 네트워크 업계의 거대 공룡 시스코가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진출을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해 9월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인 윕테일을 4억1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시스코가 국내 플래시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할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장비, 서버, 스토리지를 모두 보유하게 되면서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시스코는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대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