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화질(UHD) TV가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후발 TV 제조사의 UHD TV 출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UHD 시장의 성패를 가를 업스케일링 기능과 기술표준 미확정으로 인한 사후지원 문제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UHD TV를 출시하려던 일부 제조사들이 이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TV 신제품으로 풀HD(1920×1080) 해상도 LED TV로 결정했고, 대우루컴즈도 UHD TV 출시 시점을 결정하지 못한 채 저울질 중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며 “올해 이후 상황을 보고 UHD TV 출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와 UHD TV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해외 업체도 마찬가지다. TV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4K UHD를 TV 부활의 동력으로 내세웠던 소니는 한국 TV 시장 재진출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TV 재진출은 항상 고민하고 있는 이슈이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이얼코리아도 지상파 UHD TV 전송방식이 결정된 뒤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후발주자들의 관망 행보는 UHD TV 시장 환경이 10여년 전 고화질(HD) TV 때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D TV는 1990년대 후반 전송방식 등 기술표준이 확정됐고 2000년대를 거치며 콘텐츠 환경을 갖춰져 누구나 HD TV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UHD TV는 콘텐츠가 부족해 기존 HD 콘텐츠의 업스케일링이 필수고, 기술표준 결정도 지연돼 사후지원에 대한 부담으로 섣불리 UHD TV를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업스케일링 칩은 반도체 기술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든다”며 “UHD TV에 업스케일링 없이 1080p의 풀HD 콘텐츠를 띄우면, 과거 HD TV에서 표준화질(SD) 콘텐츠를 보는 것처럼 화질이 나빠져 업스케일링 기능 없이 제품을 내놓는다면 안 좋은 이미지를 심을 것”이라 전했다.
사후지원 문제도 후발주자들에게는 부담이다. 700㎒ 주파수 갈등으로 인해 지상파 UHD 관련 표준 채택이 지연되자 섣불리 지상파 튜너를 넣지 못하기 때문이다. TV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후발제조사들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할 것이라 우려한다. 대기업과 달리 기술 변경에 따른 무료 사후지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에벌루션 키트 판매라는 유료 전략을 포기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무료 사후지원을 UHD TV 선택의 기준으로 볼 것”이라며 “기술표준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표준이 결정되지 않은 TV를 내놓는 것이 부담”이라고 전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