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방송장비 국산화]<상>외산 종속 열악한 생태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방송장비 시장 규모 추이(단위:억원)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외 방송장비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기존 아날로그 방송장비를 대체할 새로운 방송장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미국 등 방송장비 선진국은 최근 4K 초고화질(UHD) 방송용 카메라, 실시간 인코더 등 차세대 방송 장비를 속속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디지털 방송은 물론이고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3D, UHD 등 차세대 방송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방송장비 수입국에 머물러 있다. 방송장비 국산화의 중요성과 과제를 시리즈로 진단한다.

우리나라 방송장비 시장은 디지털, UHD,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N스크린 서비스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제작·편집장비, 미들웨어, 송출·네트워크 장비, 스마트 셋톱박스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공인 방송사는 물론이고 교회, 기업 등 사설 방송사에도 디지털 방송장비가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국내 방송장비 시장 규모는 1조9729억원으로 집계된 지난 2012년 이후 연 평균 3%씩 성장해 올해 2조802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2조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810억달러(약 83조2923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방송장비 시장 규모와 비교해 불과 2.5% 수준이다. 국내 방송장비 시장이 중소기업 위주 생태계를 형성한 이유다.

신규 방송장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내 공인·사설 방송사의 국산 방송장비 도입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산 장비는 해외 제품보다 제품 신뢰성, 사후서비스(AS), 호환성 등이 취약하다는 인식 탓이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방송사의 국산 장비 도입률은 불과 10~20% 수준이며 공공기관 등 비방송사는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카메라 등 고가 제작·편집장비는 소니, NEC 등 일본 업체 제품이 주류를 차지하고, 국산 장비는 모니터, 문자발생기 등 중저가 주변 장치가 대부분이다.

국내 한 방송장비업체 사장은 “방송사는 통상 턴키(Turn-Key) 방식으로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때문에 단품 위주로 판매하는 국산 제품을 구매하기 꺼려한다”며 “수년에 걸쳐 개발한 제품이 고객사를 찾지 못해 재고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UHD, OTT 등 차세대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방송장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송 장비 국산화를 위한 핵심 기술과 산업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이한범 한국방송기술협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국산 방송장비를 활용해 4K UHD 화질로 중계하려는 계획이지만 국내 업체는 아직 카메라 등 핵심 장비 개발 기술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대기업 및 중소기업, 민간이 협력해 방송장비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우리나라가 차세대 방송 강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방송장비 시장 규모 추이(단위:억원) 자료:ETRI>


국내 방송장비 시장 규모 추이(단위:억원) 자료:ETRI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