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 계약 갱신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존 6개 업체는 계약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우본이 사업 확대를 위해 새로운 업체를 추가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관건은 대기업 계열 대형 알뜰폰 업체의 포함 여부다.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팔기 시작한 것은 중소 알뜰폰 업체의 판로를 확보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판매 수수료가 낮은 알뜰폰은 일반 판매점에선 마케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반면에 우체국에 입점한 업체는 고객 접점이 늘어나고 신뢰성과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대형 알뜰폰 업체는 이 같은 도움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자생이 가능하다는 게 중소업계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도 대형 업체는 신규 업체 선정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어 우본의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본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국민 정서’만 놓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업체가 참여하면 우체국 알뜰폰 요금제나 제품이 더 다양해지고 서비스 품질이 높아질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요금제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더 저렴한 상품을 접할 수 있다. 기존 6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업체 중 우체국 입점에 필요한 여력을 갖춘 업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도 대형 업체 참여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을 좀더 세분화해서 대기업은 고가 제품 위주로만 판매하는 식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뜰폰협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을 높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본 수익 증대와 알뜰폰 시장 확대에도 동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본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두 가지 안의 장점을 최대한 수렴하는 방안이면 금상첨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