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판 산업의 대부 격인 창작과비평이 김영사, 다림, 양철북, 한림출판사, 풀빛 등 20여개 출판사와 힘을 모아 전자책 사업을 벌인다. 시장 진입을 주저했던 종이 출판사들이 연합군을 조직한 셈이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에 필요한 콘텐츠 부족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5일 미디어창비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디지털을 품은 종이책 ‘더책’ 서비스를 선보였다. 더책은 책 속에 있는 근거리주파수통신(NFC) 태그를 스마트폰에 인식하면 책의 내용을 오디오북으로 듣거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기존 오디오북과 달리 CD와 같은 저장매체나 별도 재생장치가 필요 없다.
강동원과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원작을 비롯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려령의 ‘완득이’ 등이 출판된다. 미디어창비 측은 현재 364권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했고 연말까지 수량을 1000권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창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독서 인구가 급격히 줄고 출판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책 서비스는 미래 독자 확대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더책 서비스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종이책의 오디오북 기능 부여가 아닌 전자책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더책 서비스가 26개 출판사 연합해 만들어진 서비스인데다 향후 전자책 출판도 함께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가욱현 미디어창비 사업본부장은 “현재 오디오북으로만 출판되고 있지만 오는 11월께는 26개 출판사외에도 추가로 더 많은 출판사가 참여해 전자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유통은 기존 체제를 활용하는 한편 콘텐츠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가 본부장은 “e펍 기반 전자책 콘텐츠 1만여권이 준비됐다”며 “오는 11월 첫 서비스에 이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1만여권이 넘는 책이 유통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책 출판사의 전자책 공동 사업 배경는 독서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분석업체 PWC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세계 도서출판 시장의 98.8%를 차지했던 오디오북을 포함한 종이책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당시 1.2%에 불과하던 전자책 시장점유율은 2012년 8.5%로 7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7년에는 전자책 비중이 21.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기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종이책 독서가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한 종이책 업계의 대응이다.
기존 전자책 업계도 콘텐츠 확대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전자책업체 대표는 “국내 전자책 시장 성장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판타지, 로맨스, 무협 등 장르소설 위주로 이뤄진 협소함”이라며 “일반소설과 인문서적 등으로 콘텐츠가 늘면 전자책 독자층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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