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인가제 없어지면…"할인상품 출시 확대" VS "미풍에 그칠 것"

국회와 정부가 규제완화 흐름에 맞춰 통신요금 인가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법과 정책 마련에 들어가면서 향후 통신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통신사는 당장 상품 출시에 지금보다 큰 자율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유무선 결합을 필두로 기존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묶음 상품’이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행 인가제 하에서도 통신사들은 기존 가입자에 신규 고객을 추가할수록 할인 폭을 늘리는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 중이다.

◇선두 사업자 공세 ‘포문’

SK텔레콤 등 선두 사업자가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에 비해 현금 보유량이 많다.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해도 경쟁사에 비해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마케팅’ 폭이 상당 부분 줄기 때문에 통신사는 요금 경쟁력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할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선발 사업자가 공세를 강화하면 후발 사업자는 이를 방어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100%를 넘은 포화상태다. 누군가 가입자를 빼앗아 가면 누군가는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금 인하 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인가제 개선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은 자칫 3사 경쟁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후발 사업자의 재무구조가 약화되면 현재 유효 경쟁체제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후발사업자 “요금인하 촉발 미지수”

요금인하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에 반론도 있다. 자율경쟁 체제 아래에서 시장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선두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요금을 낮추지 않으면 후발 사업자도 무리하며 따라갈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논리다.

KT 관계자는 “인가제가 폐지 혹은 개선된다면 SK텔레콤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정부 정책에 화답해야 한다”며 “요금인하가 그것인데 단기적으로 생색은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요금을 계속 낮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제 폐지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가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들은 인가제 개선이 요금인하보다는 지배적 사업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각종 규제에서 지배적 사업자라는 짐을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후발주자인 KT, LG유플러스가 이미 만만치 않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거대 사업자라는 측면에서 이를 반박했다.

◇정부 복안 관심 집중

정부는 사전 규제인 인가제를 폐지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만약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시장 통제력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래부가 발표한 통신요금 규제 개선안 중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두 안 모두 사전심사를 완화(인가제 폐지, 신고제 전환)하는 대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금 적정성을 출시 이후 판단하고 이용자 차별요소만 사전에 심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요금제(무선)에서는 SK텔레콤, 시내전화 요금제(유선)에서는 KT에 인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인가제는 요금을 출시하기 전 이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조정을 거치는 절차로 사전 규제에 해당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사실 현행 인가제, 신고제 모두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는 제도”라며 “유효경쟁 구도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요금 인하 효과를 노리려면 사후 규제에서 기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