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프리즘]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성공한 기업인이나 회사는 대부분 ‘결단의 순간’을 거쳤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거나 큰 인수합병(M&A)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 또 그동안 해왔던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하는 일 등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즈(Keynes)는 경제인이 합리성 보다는 충동적인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동물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능적인 경험으로 사냥을 하듯이 기업인도 사업 경험과 직관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향후의 기대수익을 기대하면서 모험적 투자를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대다수가 반대하는 가운데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것이나 큰 경험이 없던 현대가 대규모 해외 건설사업에 뛰어든 일은 당시 결정권자의 ‘야성적 충동’이 작용했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기업인의 ‘야성’이 사라졌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우선 새로운 큰 사업을 시도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되는 사업에서 작은 결정만을 한다. 전문경영인은 1년 단위 성적표에 매몰돼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기 쉽다. 재벌가 2, 3세들 역시 과거 선대가 보여줬던 야성은 잊은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최근 ‘사내 유보금 과세’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기업이 쌓아둔 자금을 풀어 투자를 더 하고 고용이나 배당도 늘렸으면 한다. 반면 재계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모아둔 자금에 과세하는 것은 기업 실상을 모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국가경제의 저성장 기조 탈피를 위해서는 야성적 ‘기업가 정신’을 되살릴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는 기업가의 야성을 일깨울 동인을 제시해야 한다. 일관된 정책 방향과 함께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도 늘릴 수 있다. 기업도 현재에 안주해서는 곧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곳간을 채우기보다는 새 도전과 혁신에 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경제금융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