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불법 판매를 고발하면 보상해주는 ‘이동전화 파파라치(일명 폰파라치)’ 제도가 신고건을 사고파는 행위로 변질돼 유통가에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시장 건전성 회복을 위한 장치를 만들었지만 유통업계와 소비자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폰파라치 정보공유 사이트 폰파라치닷컴(phoneparazzi.com)에서 폰파라치 신고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첫 게시물이 올라온 이후 넉 달 넘게 신고건을 판매한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신고 한 건당 10만~20만원을 주고 불법 보조금 지급 정보를 판매한다.
한 판매자는 지난달 31일 ‘7월 LG 가입 SK 신고 가능건 두 건팝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7월 LG 가입 사실확인 중입니다’ ‘SK 신고 가능 1건 판매합니다’ ‘6월 말 KT 가입 LG 신고 가능건 4건 저렴하게 판매합니다’는 내용을 작성한 뒤 문자메시지를 달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판매자는 주로 1건에서 많게는 5~6건까지 신고건을 판매한다. 해당 이통사, 개통 날짜, 개통 매장 등 신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단지 판매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KT, LG유플러스 자료 대량으로 매입합니다(급함)’라는 제목도 눈에 띈다. 매입하는 사람은 주로 판매점 관계자로 추정된다.
폰파라치 신고건 매매가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은 이통 3사가 보조금 위반 행위로 적발된 판매점에 500만~4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통사는 상대방 불법 판매를 신고하면 건당 200만~300만원씩 벌금을 차감해주고 있다. 가령 벌금 2000만원을 내야 할 때 300만원짜리 신고 건수 6건을 가져오면 1800만원을 차감해주는 식이다.
불법보조금 차단을 위해 강력한 벌금을 물린다지만 실상은 경쟁사 위법 행위를 증명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영세한 판매점이 수천만원을 부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 통신사로부터 8000만원 이상 벌금을 부과 받은 판매점도 생겨났다. 폰파라치 신고건 구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이통사는 해당 점포가 왜 신고를 당했는지, 벌금 부과 기준은 무엇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벌금을 부과하는데 보증금 2000만~3000만원짜리 영세 점포에는 지나친 부담”이라며 “결국엔 폰파라치 판매건 매매라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생겨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문승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용자보호센터 팀장은 “폰파라치 제도는 시장을 감시하고 보조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운영하는데 이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통사와 제도 개선을 위해 몇 차례 미팅을 했고 사업자별로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