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협력업체들이 결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금융권으로부터 가압류 당하는 등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통신사가 팬택 단말 구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피해가 협력업체로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자금난에 내몰린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도산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 협력사 3곳에 금융권 가압류가 시작되면서 줄도산 위기감이 협력업체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가압류는 법원 압류 판결 전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업무는 실질적으로 마비된다. 협력사들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카드 정지와 이자, 원금 상환 독촉에 시달리며 정상적 업무를 보지 못했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수출하는 곳은 6월부터, 그 밖에 다른 업체는 7월부터 이미 업무 마비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영세한 소규모 업체를 시작으로 점차 도산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이 협력업체에 지불할 돈은 총 2000억원가량이다. 팬택은 4개월 상환 주기를 두고 어음을 발행하는데 지난 3월 이후 발행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상태다. 3월 발행한 어음 약 500억원의 결제일이 지난 7월 10일과 25일에 돌아왔지만 결제가 연체되면서 어음을 가진 협력업체 대상으로 금융권이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팬택은 매달 10일과 25일 200여억원씩 약 500억원의 어음을 결제한다. 당장 이달 10일에도 200억원가량 어음 결제를 해야 한다. 팬택과 협력사들이 지난 5일까지 이통사의 장비 구매 결정이 없으면 줄도산이 시작된다고 호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팬택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으면 이번 주 안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채권은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 결국 도산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팬택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팬택과 협력업체의 요청대로 이통사가 단말기 13만대를 구매해주는 일이다. 이통사가 13만대를 구매하면 800억~900억원의 자금이 생긴다. 팬택은 이 돈을 가지고 3월 어음을 결제하고 나머지는 8월 중순까지 생산과 기업운영비에 사용할 수 있다. 이후 단말기가 팔리는 대로 빚을 갚아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통 3사는 현재 재고 물량도 부담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팬택이 잘못되면 이통사에는 단말기라도 남지만 채권단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협력업체가 이통사 물량 구매를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홍진표 팬택협력업체협의회장은 “채권단과 이통 3사가 뒷짐만 지고 있는데 정부가 협상의 테이블을 만들어 이들을 끌어내야 한다”며 “이통사 중심 유통 환경 고착과 장기간 영업정지로 제조사가 피해를 보게 만든 당사자가 바로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통사가 물량을 구매하거나 채권단이 자금을 투자한 후 통신사 재고가 없어지면 회수하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며 “워크아웃 재개라는 결정만 해놓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정부와 이통사 모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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