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재단·IBS 등 과학 관련 기관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과학기술분야 주요 기관의 기관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수장 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 이미 6개월째 기관장이 공백인 곳도 있고, 전임 기관장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신임 공모조차 시작하지 않은 곳도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하다보니 선임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이 6개월째 원장 공백을 겪는데 이어 한국과학창의재단도 이사장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의재단은 전임 강혜련 이사장 임기가 지난 5월로 끝났지만, 후임 이사장이 정해지지 않아 자동으로 임기가 연장돼 왔다. 하지만 강 전 이사장이 지난달 31일자로 이사장직을 그만두면서 이달부터 이사장 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현재 신이섭 경영기획단장이 이사장 직무대행직을 맡고 있다.

문제는 후임 이사장 공모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관장 선임에 3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수장 공백 기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통 전임 기관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후임 공모에 들어가고, 임기 만료 직전 후임 기관장 선임을 마무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늦어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강 전 이사장 임기가 끝나기 전 공모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며 “아직 후임 이사장 공모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2월 오세정 전 원장이 사임한 후 6개월째 원장 공백 사태다. 지난 5월 뒤늦게 공모를 하긴 했으나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부결되고 재공모 중이다. 1차 공모 마감 당시 지원자 수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역시 원장 재공모가 진행 중인데, 지난번 공모에서 3배수까지 선정했음에도 부결돼 역시 논란이 됐었다.

과학계에는 청와대에서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기 때문에 선임이 늦어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 관료 출신이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인사 지연의 한 이유로 꼽힌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과학계에서는 청와대에 인사권이 집중되면서 기관장 선임이 지연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며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되면 기관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학기술분야 기관장은 해당분야 전문성을 가장 우선시해서 선발해야 하는 자리로 정치인이 와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