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24년만에 설비투자 사상 최고...한국과 대조적

일본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한국과 달리, 아베노믹스에 탄력을 받은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부 정책에 화답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일본 정책투자은행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총 17조7102억엔(약 178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6일 보도했다. 자본금 1억엔 이상의 대기업과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역별 조사에서는 7년 만에 전체 산업, 모든 지역에서 설비 투자 계획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대상 전체 기업의 전년대비 투자 성장률은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18.8%, 비제조업은 1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 기업들은 전체 설비투자금액의 27.3%를 유지보수에 투자할 계획이다. 금융 위기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미뤄온 유지보수를 본격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도 1.7%포인트 상승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 밖에 생산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20.9%, 해외 설비투자는 21.8%로 조사됐다.

닛케이신문은 이번 조사 결과가 일본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의욕을 높이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향후 3년간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는 기업이 전체의 51.3%로 과반을 넘어서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투자 확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일본 내 거점도 재평가되고 있어 향후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 남겨둬야 하는 시설을 물어본 질문에서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핵심부품 생산 등 중심 생산 공장을 꼽는 답변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정책투자은행은 “고기능 제품을 위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거점의 중요성을 재검토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 설비 투자 비율은 지난 2010년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올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움직임이 둔화됐고, 자국으로 유턴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설비 투자가 실제 계획대로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투자 동향을 나타내는 4~6월 자본재 출하 지수가 전분기 대비 8%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 조사는 지난달 일본 정책투자은행에서 실시했다. 자본금 10억엔 이상인 대기업 3224개를 대상으로 총 2246개 업체에서 답변을 받았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