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 미국 외 국가에서 소송 취하

세기의 특허전쟁 새로운 국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8개 국가에서 진행 중인 30여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6일 보도자료로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이번 합의는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된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기의 특허전쟁으로 불리며 세계 각국에서 맞붙은 양사 소송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맞소송을 취하하면서 두 회사가 합의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미국 내 소송을 남겨 두면서 미국 재판에 집중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두 회사의 소송은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애플은 삼성이 자사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삼성이 맞불을 놓으면서 두 회사의 소송은 한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9개국으로 확대됐다.

두 회사는 최근 2년간 추가소송은 하지 않고 기존 건만을 대상으로 소송전을 이어왔다. 연초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삼성이 애플이 1조원가량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두 회사 모두 상소했다. 애플은 지난달 말 이 항소를 취하했다. 앞서 이미 지난 6월 두 회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나란히 취하하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따라서 이번 8개국 소송 취하로 양사가 전격적인 합의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미국에서의 2차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합의를 보더라도 2차 판결이 나올 무렵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훈 아주양헌 미국변호사는 “미국에서 소송에 집중하며 확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두 회사가 더 이상 싸움을 벌일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거 소송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득이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2차 소송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1차 소송 결과 삼성전자에 지워진 약 1조원의 배상금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바로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2심에 들어가면 지금 손해배상액의 30% 이상, 절반 가까이 깎일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두 회사의 대리인이 미국 법원에서 나머지 소송을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주요 소송 일지>


삼성전자와 애플 주요 소송 일지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