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과 카드사 본사에 가면 출입구에서 소동이 빚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몇몇 금융사들이 아예 노트북 반입을 금지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물리적으로 막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이 때문에 해당 금융사를 내방한 고객, 혹은 바이어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취재가 목적이지만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촬영금지 딱지를 붙이거나 해당직원이 함께 동반하지 않으면 진입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상황은 이해가 간다. 고객정보 유출로 된서리를 맞았던 금융사로서는 어떻게든지 보안을 강화했다는 명분을 만들어야 하고, 드러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 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는 말 그대로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다. 출입구의 안내 여직원 한두 명이 검사 장비 하나 없이 보안 검사를 하는 것도 그렇고, 휴대형 저장장치(USB) 등을 보유했는지도 파악하지 않는다.
방문 후 되돌아가는 고객에 대한 후속 조치도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붙여진 딱지는 스스로 떼면 되고, 노트북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 검사 한번 하지 않고 무사통과다.
보안을 점검하는 것인지, 점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러면서도 “정보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며 보도자료까지 낸다.
졸속대책은 없느니만 못하다. 카메라 렌즈만 가린다고 해서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을까.
여기에 쏟아 부을 돈과 시간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같은 전문가를 선임하고 내부 보안 통제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금융사 스스로 보안의식을 강화하고 제대로 된, 그리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보안대책이 더 필요하다.
경제금융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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