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가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전격 취하하기로 합의하면서 3년을 끌어온 특허전쟁이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 회사가 소모적인 특허소송으로 다투는 사이 중국 샤오미 등 후발주자가 빠르게 추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3세 경영승계가 본격화된 삼성전자가 여러 리스크를 정리하고 이참에 새 출발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재용-팀 쿡 회동 후 화해무드 급물살
업계는 이번 소송 취하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두 기업이 화해 모드로 돌아선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선밸리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회동한 후 소송 취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두 회사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미국 내 삼성 제품 수입금지 판정 항고를 취하하면서 화해 모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 제품 23종의 미국 판매금지 소송 항소도 철회했다. 이에 앞서 업계는 두 회사 소송이 구형 제품 대상이라 실익이 없어 소송을 취하할 가능성을 점쳐왔다.
◇샤오미 등 후발주자 공세도 한몫
스마트폰 업계 양대 산맥인 애플과 삼성의 태도가 달라진 데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급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양사가 소모적인 소송을 벌이는 사이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괄목한 성장을 거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화웨이와 레노버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12.3%로 11.9%를 기록한 애플을 앞질렀다. 1위 삼성전자(25.2%)도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에 시장점유율이 작년 동기 대비 7% 하락했다.
한때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 합계는 50%를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 37%에 불과하다. 두 기업이 소송을 시작할 당시인 2011년에 비해 모바일 산업 환경이 크게 바뀐 것이 소모적 소송을 중단하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소송 집중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일각에서는 배상 금액이 가장 큰 미국 내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양사의 합의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미국 외 지역에서 진행되는 소송은 대부분 표준특허가 대상이기 때문에 큰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반 특허가 대상인 미국에서는 1조원에 달하는 배상액이 걸려 있어 2차 소송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
마이클 커리어 루트저스대학교 법대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미국 내 소송이 가장 핵심이고 상징성을 가진다”며 “이와 별개로 애플은 이 같은 특허소송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을 단계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제 두 회사는 다음 달 출시될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 등 전략 스마트폰을 두고 법원이 아닌 시장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주요 외신은 갤럭시노트4가 현지시각으로 9월 3일, 아이폰6는 9월 9일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변화(%) / 자료:IDC>
안호천기자·정미나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