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만화 도시 부천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부천에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국내 최대의 만화축제인 제17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연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유혹하는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
◇만화로 아이들에게 ‘시대정신’ 가르쳐
이번 만화축제의 주제는 ‘만화, 시대의 울림’이다. 만화라는 대중적이고 친근한 콘텐츠가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거울과 같이 반영해 왔다는 점을 되새겨 보기 위한 의도에서 주제로 선정됐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만화’로 시대를 알려주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시대의 울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전시 프로그램도 사회를 바라보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전시로 기획됐다.
먼저 주제전인 ‘만화, 시대의 울림展’은 현재를 기점으로 만화 속에 녹아있는 한국의 시대를 돌아보는 전시로 마련됐다. 1909년부터 만화 속에 나타난 한국의 시대상을 연표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는지 만화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간 아버지도 어린 시절 보던 추억의 만화에서부터 한국 초기의 희귀만화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쉽게 알려주는 전시전도 있다. 특별전 ‘조선왕조실록展’은 제10회 부천만화대상 영예의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인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 전시로 꾸며진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담은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원전문제를 다룬 엠마뉘엘 르파주의 ‘체르노빌의 봄 특별전’은 시대의 진지한 성찰이 있는 작품전이다. 199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 22년 만인 2008년에 체르노빌을 찾은 작가 르파주는 방사능 피폭의 공포 가운데서도 목탄, 수채화 등 여러 소재를 활용해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세상이 생각하는 참상 너머로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과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했다. 제10회 부천만화대상 해외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지 않는 꽃’전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올해 초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화제가 됐던 전시이기도 하다. 부천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앙코르전으로 축제기간동안 부천시청 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노랑, 희망을 노래하다’는 작가들이 카툰, 일러스트, 만평, 애니메이션 등으로 슬픔을 담은 전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프로그램
익숙한 만화 주인공을 입체 조형물과 코스튬플레이로 만나 볼 수 있는 이색적인 캐릭터 프로그램도 있다. ‘웹툰에서 온 그대展’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웹툰 캐릭터 조형 전시로, 디지털 화면에서 활약하는 웹툰 캐릭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웹툰이 가진 평면성을 흙, 유토, 석고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입체 조형물로 탄생시켰다.
조형물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방동구, ‘미생’의 장그래, ‘신과 함께’의 진기한 등 작년 만화축제 기간 동안 관람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7개 작품의 인기 웹툰 캐릭터를 선정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시장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전시 작품을 현장에서 매일 제작하고, 전시장 한편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소체험현장에서 교육적 효과도 이뤄지도록 준비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이 현실에 등장하는 ‘코스프레 라운지’도 축제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코스프레 라운지는 약 2000명에 가까운 코스튬플레이어들이 만화 속 캐릭터로 분장해 행사장 곳곳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 이벤트로 진행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후원 단체인 코스코믹(COSCOMI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로 만화축제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실시한 공모전의 수상작 전시와 만화기획개발사업 선정작 전시인 ‘으라차차 특선만화’전, 어린이 대상 인기 캐릭터 전시인 ‘어린이 만화·애니 체험’전, 축제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전시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대에서 5일간 개최된다. ‘만화, 시대의 울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시대적 이슈와 흐름을 만화 특유의 위트와 재치로 표현해 만화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에 관련된 더 자세한 내용은 축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