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툴 지원 사업 예산 삭감에다 지원 규정까지 강화...국내 팹리스 `삼중고`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지원 사업의 내년 예산이 또 줄어든다. 더욱이 주요 EDA 툴 업체인 시높시스·멘토그래픽스가 지원 규정을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계의 고충은 더 커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융합R&BD센터(이하 센터)가 진행해온 EDA 툴 지원 사업의 예산이 3년 연속 감액되는 추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월 시높시스에 이어 이달부터 멘토그래픽스(이하 멘토)까지 지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EDA 툴은 반도체 설계·검증에 필수로, 설계 과정마다 각각 다른 툴이 필요해 직접 구매하려면 연간 최소 3억원 이상이 드는 고가의 소프트웨어(SW)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들이 가뜩이나 영세한 상황이어서 EDA툴 지원까지 줄어 들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EDA 툴 지원 사업은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센터가 EDA 업체로부터 프로그램을 사들여 중소 팹리스 업체에 사용료를 받고 이를 온라인으로 공유해 이뤄진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 조성 사업의 총 예산은 지난 2012년 96억원 이후 지난해 62억2000만원, 올해 48억800만원으로 내년까지 감안하면 3년 연속 감소세다. EDA 툴 가격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업계 부담은 커진다.

여기에 해외 EDA 툴 업체들의 지원 규정도 최근 ‘원칙대로’ 바뀌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EDA 툴 업체들이 국내 업계 실정을 감안해 유연하게 적용했으나 지난 4월 시높시스가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엄격히 하기로 결정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는 센터가 멘토로부터 구매한 툴이 라이선스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버전이 아닌 일반 버전이라는 점이다. 주유상 SW-SoC센터 EDA 툴 지원 팀장은 “네트워크 버전은 할당된 예산으로 사기엔 지나치게 비싸다”며 “올 초부터 멘토 본사로부터 온라인 공유 중지 요청을 받았으나 적용 시점을 미뤄 이번 달부터 직접 센터를 방문하거나 멘토 내부 심사를 통과한 업체만이 임시 키를 발급 받아 툴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EDA 툴 구매액보다 사용료가 훨씬 저렴하지만 이마저도 감당키 힘든 업체가 다수”라며 “국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지원액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 조성 사업 예산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EDA 툴 지원 규모가 대폭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지속된 EDA 툴 지원 사업으로 팹리스 업계가 SW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들이 EDA 툴의 지적재산권(IP)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 EDA 업체들이 지금까지 지원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한 만큼 업계도 더는 부담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