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가 원전 정책에 대한 환경단체의 공세가 더해가고 국회에서는 원전 수명연장을 어렵게 하는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30년의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 이후 가동을 멈춘 상태다. 대대적인 설비 개선과 안전성 재검토 작업 등을 통해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지만 계속운전 신청에 대한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한 차례 수명 연장으로 재가동되지만 이제 연장시한마저 다해 2017년이면 다시 폐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원전 수명연장 반대론이 힘을 얻게 된 계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만, 그 힘을 키운 것은 원전 산업계의 납품비리 문제다. 악재가 겹치면서 원전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이 생겼고 이제는 안전과는 무관한 자동정지도 부풀려 퍼지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얼마 전 6·4 지방선거에서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인근 지역인 부산과 울산 자치단체장이 노후 원전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논의 중인 원자력 안전법 개정안도 수명 연장에 부정적이다. 개정안은 △원전 허가 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을 포함한 해체 계획서 제출 △중대사고 시 환경영향 예측 사항 명시 △원전 수명연장 신청 시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제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원전 수명연장은 물론 신규 원전 허가도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른 개정안의 경우는 설계수명 만료 원전의 계속허가를 불허하고 수명연장된 원전의 운영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아 수명연장 방법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 원전 산업계는 반대 여론을 완화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력방호방재법과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원전 인근지역의 보호 조치와 비리방지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현재 계속운전 중인 고리 1호기는 정상운전은 물론 사고 시 안전성 추가 확보를 위해 자동정지 관련설비 교체, 대체발전 대책, 피동형 수소제거 설비 등 각종 설비보완과 교체를 진행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벌어진 가동중지 가처분 소송 최종판결에도 승소해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상당 부문 불식시켰다.
월성 1호기도 마찬가지다. 안전성능 보강과 유지관리를 통해 초기 설계 성능기준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후속조치로 자연재해는 물론 중대사고 대응설비도 다수 신설했다. 원전산업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지난해 2주간의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검수를 통해 계속운전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노후원전은 낡은 설비라는 시각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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