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은 국가 전력수급과 직결된다. 원전 납품비리로 다수의 원전이 멈추면서 1년 넘게 전력위기를 겪다 올해 초 원전 가동과 함께 전력 가뭄이 해갈된 것은 원전이 국가 에너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전통 화석연료 발전소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원전은 국가 전력공급 기초를 담당한다.
때문에 전력업계는 정부의 노후원전 정책방향에 결론 없이는 국가 전력수급계획 수립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신규 건설과 계속 운전이 결정되는 원전의 수를 알아야 그 다음 차례인 석탄화력과 LNG 발전소의 설비용량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9년까지의 국가 전력설비 증설 계획을 담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일정상 연내 확정 예정이다. 하지만 수명 연장 결론이 나지 않은 지금 상황으로는 연내 관련 계획이 도출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원전 수명연장에 대한 방향을 먼저 정한 후 여유를 가지고 수급계획을 작성한다는 입장이다.
전력 전문가는 큰 변수가 없으면 수명연장의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수원이 노후원전에 대한 설비교체와 안전 보강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한 데다,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는 폐로보다는 수명연장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가동원전 435기 중 151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특히 설계수명이 만료된 122기 중 폐로된 사례는 7기 정도 뿐이다.
문제는 수명연장 정책 수위다. 업계는 정부가 수명연장 정책방향을 결정한다 해도 모든 원전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앞으로 설계수명이 다하는 원전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국민 여론도 감안하면, 원전폐로 기술의 산업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해석이다.
원전폐로 산업화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계속 운전하지 말고 해체작업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의 실증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2011년 국정감사 때 공식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노후원전 교체시기가 온 만큼 원전 폐로시장이 신규 원전 수출시장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원전 유지정책의 가장 큰 명분은 전력수급이었지만 최근 전력수급안정으로 새로운 명분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전력수급 안정면에선 분명 원전은 필요하지만 폐로대책 없이 수명연장만으로는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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