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명량, 아바타 넘어 한국 영화 흥행사 다시 쓴다

‘역대 최다 개봉일 관객수 68만명’ ‘평일 최다 관객수(70만명)’ ‘일일 최다 관객수(122만명)’ ‘역대 최고 관객점유율(87.6%)’

최근 영화 ‘명량’이 갈아치운 기록이다. 이제 남은 건 역대 최고 흥행 자리다. 역대 최단기간 1000만 관객 영화 반열에 오른 만큼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가 우리나라에서 보유한 최다 관객 기록 1362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에서 5년 동안 흥행 1위 아성을 지킨 아바타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이슈분석] 명량, 아바타 넘어 한국 영화 흥행사 다시 쓴다

◇아바타 넘어 1500만 시대가 보인다

영화 업계 관계자는 “명량이 13일 만에 1000만 관객에 진입한 만큼 지금 추세라면 충분히 아바타를 넘어 관객 1500만 시대를 열 첫 영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명량의 1000만 관객 돌파는 역대 최단기간 기록 보유 영화 ‘도둑들’을 훌쩍 넘는 수치다. 도둑들은 22일 만에 1000만을 돌파했다. 무려 9일을 앞당긴 셈이다.

명량의 열기가 아직 뜨거운 만큼 1500만시대 돌파는 무리가 아니다. 명량이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 관객 1500만 시대를 열면 2003년 ‘실미도’가 1000만을 돌파한 이후 11년 만에 새로운 금자탑을 세우는 것이다.

명량의 흥행은 상반기 ‘겨울왕국’을 필두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흥행 돌풍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4154만 명으로 1년전 상반기 대비 25.2%나 감소했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43%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할리우드 중심 외국영화는 1년 전보다 28% 증가한 5097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겨울왕국’을 비롯해 ‘엑스맨:데이즈오브퓨처패스트’ ‘어메이징스파이더맨2’ ‘엣지오브투모로우’가 중심에 섰다. 내수 부진과 대작 부재로 인한 한국 영화의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지난달 말 나타난 ‘명량’이 이를 결국 반전시켰고 영화계에도 희망을 던져준 셈이다.

한 영화 업계 관계자는 “명량이 아바타 기록을 갈아치운다면 5년 넘게 이어졌던 할리우드 영화의 아성을 무너뜨린 쾌거”라며 “국내 영화계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도 기여하는 업적”이라고 평했다.

◇아바타 매출 넘을지가 관건

명량이 흥행 질주를 하면서 매출과 수익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객 동원에 성공한 만큼 매출에서도 아바타를 뛰어넘을지가 관심사다. 3D 영화인 아바타는 관객 수는 물론 국내 영화 매출에도 최고 기록을 보유했다. 아바타의 우리나라 극장 매출은 1284억원에 이른다. 3D 극장 입장 가격이 2D 영화 대비 1.3배가량 비싼 결과다.

명량이 1500만 명을 달성한다 해도 아바타의 매출 고지는 넘기 어렵다. 2D 특성상 평균 극장 1인당 가격은 8000원 이하로 최대 매출은 1200억원 정도가 예상된다. 1600만명을 넘어서야 아바타를 넘볼 수 있다.

명량이 아바타 관객 수를 넘어선다면 국내 영화로서 매출 1000억원 시대를 가장 먼저 여는 영화가 된다. 관객 1298만이 찾은 영화 ‘도둑들’의 936억원을 깨는 수치다. 관객 수가 1500만에 이르면 180억원의 제작비를 투여해 11배에 이르는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병호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명량이 아바타 관객을 넘어서면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높은 수익 창출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준 것을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출의 몇 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 진출은 숙제

영화 아바타의 경제적 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겨울왕국 세계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영화와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특히 겨울왕국은 캐릭터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매출의 몇 배에 달한다. 탄탄한 기획력과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로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명량이 국내 영화 산업에서 새로운 신화 탄생을 예고했지만 해외 시장 진출은 여려울 전망이다. 이순신 장군이란 내수 중심 주제와 글로벌 시장을 관통하는 ‘보편성’을 갖추기에 한계가 있다. 명량이 새로운 신화를 썼다고는 하지만 국내 영화는 내수시장 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중국 등 세계시장 진출이 절실하다.

정부 관계자는 “명량이 국내 영화시장에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낸 것은 고무적이지만 주제의 보편성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며 “우리 영화인도 이제 작고 성숙한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중국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한 보편적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