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척의 왜선과 12척의 배, 거친 바다의 격랑과 소용돌이, 배위에서의 치열한 전투, 배간의 격돌.
영화 ‘명량’의 숨은 조연인 시각효과(VFX)가 만들어낸 성과다. 특수효과로도 불리는 VFX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영상이나 촬영이 어려운 장면, 실물을 사용하기에는 경제적이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장면에 사용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 기법이다.
영화 명량에서 VFX는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30억원 안팎이란 상대적으로 적은 VFX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통해 거친 바다와 해전을 실제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다.
‘명량’의 VFX를 총괄한 강태균 매크로 그래픽스 실장은 “국내에서 해전이나 거친 바다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사극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영화의 GG 등 VFX 활용이 늘고 있다. VFX와 결합한 영화는 인간의 상상력을 스크린에 실현하는 촉매제다. 지난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동물을 야구선수로 만든 영화 ‘미스터 고’가 대표적이다. 고릴라 캐릭터 ‘링링’은 디지털 크리처로 만들어졌다. 링링은 아시아 최초로 입체 3D 디지털 캐릭터로 만든 디지털 형상이다. 링링의 몸을 덮고 있는 380만 가닥의 털이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밖에 ‘괴물’ ‘해운대’ ‘7광구’ ‘도둑들’ 등이 VFX가 대거 활용된 영화로 꼽힌다.
최근 ‘명량’과 함께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 ‘해적’ ‘해무’ 등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촬영이 어려운 바다를 실제처럼 스크린에 묘사하는 CG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할리우드에서 ‘스타워즈’ ‘터미네이터2’ ‘매트릭스’ ‘타이타닉’ ‘아바타’ ‘반지의 제왕’ ‘그래비티’ ‘캐리비안의 해적’ 등 미래와 바다, 가상세계를 소재로 한 영화가 탄생한 것도 VFX가 있기에 가능했다. 기술이 영화 소재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박영신 디지털아이디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명량을 비롯해 해운대, 7광구, 해적, 도둑들, 아라한 장풍대작전, ’태풍‘ 등에서 시각 효과가 사용돼 영화 소재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화 소재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VFX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는 분석이다.
겨울왕국 VFX에 참여했던 유재현 월트디즈니 아티스트는 지난 5월 열린 CT포럼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충분한 시간과 자금력”이라며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VFX는 영화 흥행에도 결정적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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