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우버가 촉발한 공유경제 논란

[신화수 칼럼]우버가 촉발한 공유경제 논란

늦은 밤 번화가다. 좀처럼 택시를 잡을 수 없다.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운전자와 몇마디 나누고 차에 탄다. 이른바 ‘나라시’다.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자의 불법 영업이다. 어느덧 사라진 풍경이 요즘 다시 등장했다. 스마트폰 기반 자동차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스마트폰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가까이 있는 차량이 뜬다. 결제하면 곧 차가 온다.

세계적으로 우버, 이지택시가 유명하다. 각각 미국과 브라질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비슷해 보여도 둘은 다르다. 우버는 승용차나 렌터카를, 이지택시는 택시를 연결한다. 택시와 달리 승용차, 렌터카로 돈을 받고 운전하면 불법이다. 운수사업법 규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 온 우버는 자기 차로 등록한 개인이 아니라 렌터카 업체의 일당 기사를 쓴다. 스마트폰으로 ‘신원이 뚜렷한 운전자’를 ‘선택’하고 ‘결제’하는 것을 빼면 나라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서울시와 정부가 우버를 불법으로 몬다. 이용자 안전,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거론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택시 사업자 보호와 세수 확보다. 엄연히 면허 사업인데 무단 침입자를 놔두면 시장이 교란된다. 해외 카드결제로 세금도 매길 수 없다.

다급해진 우버가 지난 주 기자회견을 갖고 ‘신기술에 대한 낡은 규제’라고 반박했다. 안전한 서비스임을 설명하고, 세금 성실 납부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정법 위반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지택시, 카카오택시처럼 택시사업자 연결 서비스만 허용될 전망이다.

요즘 택시 서비스가 좋아졌다. 합승, 승차거부가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심야에 잡기 힘들다. 장거리 웃돈을 요구하는 기사도 아직 있다. 짜증이 난 소비자들이 모범택시보다도 비싼 우버 서비스를 기꺼이 이용한다. 이런 소비자가 있으니 금지 논란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공유경제가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숙박, 여행 등 공유경제를 표방한 디지털 기반 혁신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된다. 운송, 숙박, 관광 등 기존 사업자는 달갑지 않다. 아직 대중화하지 않아 그렇지 외국처럼 첨예한 갈등까지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버 논란이 전조다.

공유경제 서비스가 정말 본 개념에 충실하냐는 비판도 거세다. 그렇다 해도 인허가 울타리 속에 안주한 기존 사업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순기능은 분명 있다.

공유경제 논란의 핵심 쟁점은 결국 과세와 사회적 합의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세금을 회피한다면 막거나 과세 장치를 둬야 한다. 기존 인허가 사업권 무임승차 해법은 조금 더 복잡하다. 생태계 파괴 가능성과 소비자 편익 사이 절충점을 찾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두 해법만 찾으면 공유경제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 안전, 보안, 피해보상과 같은 문제는 이용자 피드백과 기술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버 논란에 프랑스 정부는 15분 이상 기사 대기를 의무화해 택시사업자 손을 들어줬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에 대해 미국 정부는 사법기관의 집주인 정보 접근이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적절한 해법이냐 여부를 떠나 외국의 공유경제 논의가 상당히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도 공유경제를 토론 테이블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