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시행시 기업들 해외 사업이전 불가피...전경련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기업의 해외 이전이 늘고 국내 기업의 경영 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 업종 및 기업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시 받게 될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사업장 해외 이전 △위기 기업 경영 악화 △생산 제약 △기술개발 지연 등이 우려된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한국과 해외에 생산기지가 있는 기업은 해외 이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와 해외에 사업장이 있는 반도체 기업 A사는 배출권 부담비용으로 국내 생산량 조정을 고심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은 배출권거래제 미시행 국가여서 국내 사업장과 제품 원가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A사가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부담예상액을 자체 분석한 결과, 최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이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시장에서 큰 부담이 되는 규모다. 더욱이 온실가스 감축노력도 한계에 봉착했다. 이미 에너지효율이 높은 설비를 갖췄을 뿐 아니라, 정부의 업종 감축목표 자체가 세계 최고의 모든 감축기술과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디스플레이업체 B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B사도 6000억원의 배출권 비용 부담이 발생, 가격 우위 확보가 어렵다.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에 투자되는 3조~4조원가량의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해외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체 경영 악화도 우려됐다. 시멘트기업 A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시 사업영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A사는 지난해 3500억원 정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배출권 비용 예상액은 약 700억원으로 수익성을 감내하기 힘들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단도 없어 심각한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전경련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는 일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시설 가동률을 높여 생산을 확대하면 배출권 비용 증가를 피할 길이 없다.

자동차기업 B사는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약 50% 이상 확대하려 하나 그만큼 배출권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고심하고 있다. B사는 “사양 업체는 배출권 판매로 불로소득을 얻는 반면, 성장 업체는 엄청난 배출권 구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배출권거래제는 기업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또는 조 단위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새 경제팀이 출범돼 경제 재도약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를 연기하거나 과소 산정된 할당량을 재검토해 국내 투자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