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이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기면서 할리우드의 아성인 ‘아바타’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영화계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스크린 점유율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9일까지 명량의 극장수는 스크린 점유율은 31.8%에 이른다. 스크린 10곳 중 3곳 이상이 명량을 상영한 셈이다. 이 같은 스크린 점유율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지난 6월 개봉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다. 모두 1602개 극장에서 상영했다. 3위는 ‘트랜스포머3’(1409개), 4위 ‘군도: 민란의 시대’(1394개), 5위 ‘아이어맨 3’(1389개)다. 상위 3개 영화가 공교롭게도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다. ‘군도’와 ‘아이언맨3’는 쇼박스와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다.
영화 업계 한 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영화 배급권과 극장 소유권을 지닌 CJ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을 독식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잣대를 명량에 직접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스크린 점유율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스크린 수 1위인 트랜스포머는 529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전작 트랜스포머3가 778만 동원한데 크게 못 미친다. 군도 역시 413만명에 불과했고 아이언맨3는 139만명에 그쳤다. 그는 “상영 스크린 수가 흥행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이는 극장 판단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흥행이 점쳐지면서 투자사의 볼멘소리도 있다.
영화 업계는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투자비용 180억원을 고려한 ‘명량’의 손익분기점(BEP)을 관객수 550만명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를 넘은 만큼 영화 업계의 전망대로 관객수가 1500만명에 이르면 투자사는 투자대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수혜의 관심은 일단 투자사에 쏠린다. 일반적으로 투자사 몫은 세금(10%)과 영화발전기금(3%), 극장수수료(43%), 배급수수료(4%), 제작자(14%) 몫을 제외한 영역이다.
한 투자사 대표는 “영화 흥행으로 투자사가 가져가는 몫은 수익의 22% 수준”이라며 “1500만명이 입장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고 220억원을 투자사끼리 추가로 배분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투자금의 1.5배 수준이다. 투자대비 높은 수익률이지만 영화 흥행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게 투자사의 목소리다.
명량에는 메인 투자사이자 배급사인 CJ E&M을 비롯해 대성창투,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 먼트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산업은행 19개 투자사가 참여했다.
투자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영화 투자는 흥행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단독으로 10%가 넘게 투자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명량 역시 메인투자사 CJ를 제외하고는 투자사마다 5~10% 안팎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곳은 바로 영화제작사 빅스톤픽쳐스다. 제작사로서 12% 안팎 수익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관객 1500만명이 입장하면 수익은 100억원 안팎에 달한다.
다른 투자사 관계자는 “국내 영화 제작에서 영화가 실패해도 손해가 없고 흥행하면 수익을 가장 많이 확보하는 곳은 제작사 뿐”이라며 “콘텐츠 제작 공로를 인정하지만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제작사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
이경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