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15단위였던 과학 필수 이수 단위가 앞으로는 10단위로 무려 3분의 1이나 축소될 전망이다. 과학교육 축소로 과학기술·ICT 강국 기반 붕괴를 우려해온 과학계는 교육과정 개정에 과학 전문가가 참여해 다시 논의, 과학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한국교육과정학회는 13일 충남대학교에서 ‘제2차 국가 교육과정 전문가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개정안 15단위에 비해 5단위가 줄고, 지난해 말 부분 개정안과 비교하면 이수 단위 수는 같지만 비중이 축소됐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책임자인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는 고등학교 편제 개정안 3개 안을 발표했다. 1안과 2안은 기존 교육과정을 거의 유지하면서 한국사를 추가로 4/6단위 추가하는 안이다. 3안은 한국사 4/6단위를 포함한 인문 교과를 10단위 신설하는 안이다.
구체적으로 1안과 2안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최소 이수 단위를 10단위로 하고, 사회(한국사 6단위 포함)를 16단위로 한다. 3안은 다른 과목과 함께 사회도 10단위로 하되 한국사 6단위를 포함한 인문 교과 10단위를 추가했다. 3개 안 모두 체육(10단위), 음악·미술(10단위), 기술·가정/제2 외국어/한문/교양(16단위) 등 수능에 포함하지 않는 과목은 기존대로 유지한다.
가장 마지막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과학 과목 비중은 11.6%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안에서는 과학 비중이 10.4%~11.1%로 축소된다.
필수 이수 단위가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최소 학습시간이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은 필수 이수 단위에 관계없이 실제 현장에서 편성 최대치인 전체 교육시간의 절반까지 편성한다. 반면에 과학을 포함한 국·영·수 이외의 교과는 필수 이수 단위 외에 추가 편성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과학계는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 초안 발표 때부터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했지만, 연구위가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과학 전문가 하나 없이 교육과정 연구자로만 구성된 연구위 구성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교육과정 개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교육과정 연구자들만 참여해 결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도 형식적인 포럼 운영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경호 서울대 교수는 “한국과학교육학회의 견해 등 관련 단체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검토내용에 대한 포럼이나 교육과정개정위원회의 구체적인 방침을 알려야 한다”며 “검토결과는 교육과정 개정절차에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수개월 만에 과학교과를 비롯한 전체 교과 방향과 편제가 개정되고, 다시 수개월 만에 각론이 마련되는 일정으로 진행하는 교육과정 개정절차에서 포럼 의미는 관행적 의미로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