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을 응용한 세포 구조 구현, 액정 기술을 활용한 인공 홍채….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최근 주도한 연구 결과물들이다.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응용 영역 파괴, 즉 융합형 기술 개발에 성공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신두 교수는 “전자 소재에 주로 쓰이는 소재지만 이 또한 자연 현상을 응용한 기술인만큼 바이오 기술과 얼마든지 융합이 가능하다”며 “그런 시도가 이뤄질 때 소재 분야의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커진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첫 번째는 생체 적합 고분자를 이용해 세포가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결합하는 지를 테스트하는 인공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알츠하이머 등 신호 전달에 관련된 신약을 개발할 때 생체 실험 전에 그 현상을 테스트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플랫폼을 만든 데는 나노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인공 홍채도 마찬가지다. LCD의 핵심 소재인 액정으로 인공 홍채를 만든 것이다. 액정이 빛에 의해 두께 조절이 가능해 빛의 세기에 따라 두께가 달라지는 홍채 주름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창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 기술을 다른 영역의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그가 보는 ‘창조’의 방법이다.
융합 기술 개발에서도 이 교수가 바이오나 의학에 지식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포괄적인 자연 현상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이 교수는 “이런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의학 분야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며 “융합 기술이라고 하면 아직도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만 발상을 달리 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논문이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 등 권위 있는 학술지가 실은 것도 새로운 성과의 의미를 인정해서다.
이 교수에게 연이어 희소식도 날아왔다. 지난 4월 제59회 정보통신의 날에서 이 교수는 과학기술부문 훈장(2등급, 혁신장)을 받았다. 또 대한민국 학술원장 수상자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 최초 액정 과학자라서 액정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액정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응용한 많은 융합형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싶다”며 “그것이 창조 경제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