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가진 감성은 소프트파워 시대의 투자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남성이 알기 힘든 여성 고객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도 여성 심사역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기 마련입니다.”
금녀의 영역에 가까웠던 벤처투자업계에서 여성 심사역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진윤정 책임과 알토스벤처스 박희은 수석은 이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여성 심사역 중에도 발군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진 책임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최초 여성 심사역이다. 그는 크래딧스위스 뉴욕·홍콩지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스탠퍼드에서 MBA를 거쳐 투자자로서의 기본기를 다져왔다. 박희은 수석은 소셜 데이팅 스타트업 ‘이음’ 창업자 출신이다. 국내 1위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4년간 이끌면서 실무 투자 감각을 익혔다.
두 사람은 여성 심사역의 경쟁력을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투자 시각에 대한 균형성으로 꼽았다. 최근 투자트렌드를 살펴보면 여성 심사역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진 책임은 “하드웨어나 제조업 중심의 투자에서 남성 심사역이 주류를 이뤘다면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서비스 투자가 활발해 지는 요즘은 여성 심사역의 안목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진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벤처투자사의 특성상 산업을 바라보는 균형적 시각의 중요성도 한몫했다. 박 수석은 “IT 산업 고객은 남녀가 반반이다. 산업을 좀 더 균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선 여성 심사역의 시각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심사역만이 가질 수 있는 최대 강점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꼽혔다. 진 책임은 “예전처럼 투자사와 투자받는 회사의 관계가 딱딱하거나 일방적으로 고압적이지 않다”며 “회사가 앞으로 투자를 받고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심사역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남성보다 비교적 부드러운 공감능력을 가진 여성심사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말을 증명하듯 최근 여성 심사역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케이큐브벤처스도 올해 초 NHN에서 수석부장을 지낸 정신아 이사를 심사역 파트너로 영입했다. 여성 심사역의 시각을 토대로 스타트업 투자의 다양성을 이끌려는 선택이다. 송인애 이사는 2007년부터 본앤젤스파트너스에서 터를 잡고 활발한 투자를 이끌어 왔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심사역 공고가 나도 절대적인 대다수가 남성 지원자였다”며 “앞으로는 여성 심사역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점차 여성 심사역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